정부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국내 복귀(유턴) 기업에 대해 투자금의 최소 50%를 지원한다. 또 외국 투자기업에서 근로하는 외국인의 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80조원 상당의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도 투입한다.
4일 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인 1.6%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연간 성장률은 전체 수출 실적 둔화로 당초 예상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민간소비와 반도체 수출 개선에 힘입어 하반기 성장이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수출·투자 촉진에 중점을 둔 배경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무역수지 적자 폭이 축소하는 등 개선의 조짐을 보이면서다. 그동안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감소가 장기간 지속된 만큼 올 하반기 상저하고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전방위 지원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첨단산업 유턴기업 보조금 지원 강화
정부는 우선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유턴기업에 대해 투자금의 최소 50%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경우 비슷한 수준을 지원받는 것을 고려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현행 일반 유턴기업은 복귀 지역에 따라 투자 지원 비율이 11~44%로 차등 적용되지만, 첨단전략산업 유턴기업에 대해선 지역구분 없이 최소 50% 수준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첨단전략산업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백신·이차전지·수소·미래형이동수단)과 첨단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이차전지)을 말한다.
유턴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업종의 동일성 기준도 폭넓게 적용한다. 예컨대 내연차 부품 기업이 국내에 복귀할 경우 전기차 부품기업으로 전환해도 유턴기업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턴기업의 보조금 지급 상한액은 존재한다. 현행 일반 유턴기업의 경우 기업당 600억원 이내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기업당 보조금 규모는 300억원 이내(사업장당 150억원)다. 정부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유턴해 들어올 경우 외국기업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지원 수준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보조금 상한액은 세제개편을 통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연장한다. 현행 외투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9%를 부과하는 단일세율과 6~45%를 부과하는 종합소득세율 중 하나를 선택해 20년간 적용하는데 올해 혜택이 일몰되는 점을 고려해 연장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이들의 소득세(50%) 감면 혜택 기간(10년) 역시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건 이들 대부분이 수출을 주도하는 강소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유턴법 도입 이후 2020년 상반기까지 유턴한 국내 기업은 약 80곳으로 주로 중국에서 활동해온 전기·전자, 자동차 등 첨단전략산업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업종이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부가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84조 역대 최대규모 수출 금융지원
투자에 이어 수출 부문에서는 184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한다. 정부는 현재 3570억원 규모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5070억원으로 1500억원 늘리고,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자차액보전 혜택을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한다. 또 기술보증기금은 보증료 감면·보증비율 상향을,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출금리를 우대한다.
우수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납세기한 연장·분할납부 허용, 담보제공 생략 등 관세분야 세정지원도 늘린다. 혁신형 중소기업 등 13개인 관세조사 유예 대상에 일자리 창출기업·우수 수출 중소기업 등을 추가해 총 19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엔 수출 다변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한도 상향·자부담률 완화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스마트팜과 방산, 에너지 등 신수출동력 분야, 무역금융 등 수출 인프라를 중심으로 대통령 주재 수출전략회의 및 범부처 수출투자대책 회의 등을 통해 지원 방안을 지속 마련할 방침이다. 찾아가는 원스톱 수출 119와 범정부 통합 수출 해외전시회 신청 플랫폼 등 수요 중심 지원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시장조사를 통해 10개 수출 유망국을 선정해 무역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350억달러 해외수주 달성을 위한 전략도 내놨다. 우선 대형 해외수주 등이 실제 수출도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세제 등 수주 지원 시스템 보완에 나선다. 저신용국 위험(리스크) 분담 및 대규모 지원 필요성에 대비해 국가신용도 B+ 이하의 저신용국 인프라사업 수주 시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수은의 특별계정 출자를 지원하고, 현재 15조원인 법정자본금 한도를 상향해 금융지원을 확충한다. 또 국내 건설사의 해외 자회사 대여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를 추진하고, 정책 금융기관이 대표 금융주선자로 취득한 대출채권을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소멸 돌파구 찾는다" 범부처 TF 신설·기회발전특구 가동
하반기 경기 모멘텀의 또 다른 축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우선 ‘지역발전 3종 세트’를 추진해 지방소멸 돌파구를 찾는다. 지역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는 '기회발전특구' 사업을 본격화한다. 민간자본을 활용해 노후화된 지역 산단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1차관·국토부 1차관과 산업·환경·해수부·금융위 등 유관 부처와 민간이 모두 참여하는 ‘지역 인프라 확충 지원단(가칭)’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지역의 주요 공공·민간 프로젝트의 진척도를 점검하고 애로를 해소한다. 지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제도를 재정비하고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지급 수준을 상향해, 지역 내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찾는다. 기업들이 지방에 설비를 투자하거나 토지를 매입할 때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비율도 올리기로 했다. 지자체가 민간 자본을 활용해 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역활성화투자방안도 오는 8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 본격 가동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특구 입주 기업에는 부동산 취득세를 감면해주거나, 양도세 과세특례를 부여하는 등 국세·지방세 부담 완화 혜택 등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보조금 혜택도 강화된다. 현재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투자금액의 최대 50%를 지방투자촉진보조금으로 지원받고 있는데, 특구 이전 시 보조금 혜택을 5%포인트 더 받게 된다. 특구 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주택 특별공급도 실시한다. 정부는 이같은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자체가 스스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자율계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3분기 안에 ‘중앙지방협력회의’(대통령과 시·도지사가 지방자치 관련 정책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체)에서 특구의 구체적인 규모와 세부 혜택 등을 결정한다.
노후화된 지역산단(산업단지)활성화를 위한 규제도 완화한다. 산업시설용지 입주 업종을 확대해 기존 기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업(법률·회계·금융 등) 기업들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한다. 벤처캐피털이나 법무법인 등 산단 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 기업도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 극소수 산단에서만 운영되어온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을 활성화해, 해당 존에는 거의 모든 업종의 입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산단의 재투자 의무 규제를 완화해 노후화된 산단 재생을 위한 사업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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