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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알리 대해부]"스마트워치 4990원" 파격 행보, 6.5조 국내 직구시장 파장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3분 1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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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해외직구 시장 규모 6.5조 예상
성장세 가파르고 확장 가능성 큰 시장 '관심'
국내社 신뢰 바탕 배송·구색vs알리 파격 가격
가품 이슈 해결·직구 소비자 성향 변화 변수

스마트워치가 4990원. 5일 내 무료배송에 무료반품을 조건을 내걸었다. 리뷰는 4만9000여개. 상단에 노출된 리뷰는 '아이들 장난감처럼 사용하려고 주문했다, 이 가격에 훌륭하다'라고 썼다.


중국 온라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우며 보이고 있는 공격적인 행보가 국내의 해외 직구 시장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업계 관심이 크다. 현재 압도적인 규모로 군림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국내 직구 시장에 '알리가 던진 돌'이 파장을 일으키며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中알리 대해부]"스마트워치 4990원" 파격 행보, 6.5조 국내 직구시장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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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 e커머스 시장서 '6.5조' 의미는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47억2500만달러(약 6조1425억원). 관세청 집계다. 200조원에 달하는 국내 e커머스 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진 않으나, 이 시장에 대한 업계 관심은 유독 크다.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확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환율 상승 영향 등에 해외직구 수입 금액 성장률이 한 자릿수(1.4%)에 머물렀으나,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수입 금액은 14~24% 큰 폭 상승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가 해외 직구 시장을 눈여겨보는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편화로 트렌드에 국경이 사라진 상황에서 해외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는 점,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색 브랜드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작용했다. 특히 e커머스 업계는 기존 플랫폼에 직구 서비스를 싣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 이 시장 내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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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신뢰도·배송…플레이어별 내세우는 강점은

현재 국내 직구 시장엔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폼별로 많아야 8% 내외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알리의 공격적인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국내 주요 e커머스 플레이어는 G마켓, 쿠팡, 11번가 등이다. 이들은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업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중심으로 빠른 배송과 싼 회원가 등을 내세우고 있다.


2007년 해외직구 서비스를 시작한 G마켓은 업력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구축한 시스템과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 감정 서비스 등을 앞세운다. '명품 브랜드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직구'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오픈마켓으로 15개국 1억6000만개 상품 구색을 갖췄다는 점, 기존 이용하는 e커머스 홈 화면에서 '해외직구 바로가기'를 도입, 직구를 위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가 필요 없다는 점도 G마켓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쿠팡은 유료로 가입하는 와우 멤버십의 주요 혜택에 로켓직구 무료배송(초스피드 배송)이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나를 사도 무료고 배송도 3~5일 안에 빠르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2017년 처음으로 미국 직구를 시작한 쿠팡은 이같은 강점을 앞세워 2021년 초 중국, 지난 3월 홍콩으로 서비스 지역도 확대했다. 직매입을 기반으로 800만개 해외 상품을 판매, 구색보다는 신뢰에 초점을 뒀다. 이에 아이를 둔 30대 이상 고객이 주를 이루며 프로틴바, 분유, 사과 식초 등이 인기다.


2021년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국내 직구 사업을 본격화한 11번가 역시 유료 멤버십인 우주패스 가입 시 무료배송,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충성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 미국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 평균 배송일이 4~8일로 비교적 짧다는 점, 45개국 약 6000만개 상품 구색을 갖췄다는 점을 앞세운다. 이를 바탕으로 11번가 아마존은 지난해 고환율에도 가성비 외장하드·컴퓨터 부품 등을 중심으로 한 직구 매출이 급증, 4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인프라를 활용한 '빠른 배송'은 알리의 5일 이내 배송 보장뿐 아니라 11번가 아마존, 쿠팡 로켓직구 등도 내세우는 강점"이라며 "다만 당일·익일 배송이 되는 해외직구 상품 구색이 유의미하게 확대될 경우 배송 시간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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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가격 정책 위협적…'가품 이슈' 아픈 손가락

업계는 알리의 가장 위협적인 부분으로 가격을 꼽았다. '천원마트', '선착순 50% 할인' 등을 통해 파격적인 가격과 할인율을 내세운 상품 공세에 나서고 있는 건 따라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알리에선 약 1억5000만개 상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휴대전화 케이스 등 액세서리류뿐 아니라 이어폰, 로봇청소기, 반자동 커피머신, 캠핑 의자 등 소형가전·캠핑용품 수요도 높다.


다만 이와 맞물린 최대 약점은 '가품 리스크'다. 디자인을 베껴 만든 상품을 판매한 경우부터 모델 사진을 도용해 상품 페이지와 달리 조악하게 만든 물건을 배송한 경우까지 사례는 다양하다. 알리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가품 방지 시스템을 구축, 주도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나, 플랫폼이 다루는 전 상품에 대한 가품 이슈를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란 지적이다. 소비자가 가품을 인지, 증거를 제출하면 검토 후 보상한다는 것도 싼 맛에 산 상품에 대해 일일이 후속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 평가다.


결국 이같은 우려를 상쇄할 만한 신뢰가 경험을 통해 쌓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품 이슈 해결은 전문 영역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촘촘한 시스템 구축이 기본"이라며 "예방뿐 아니라 피해 발생 시 보상, 교환·환불·반품, 약속한 배송 시간에 대한 소비자 경험도 축적을 통해 플랫폼 전반의 신뢰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中 직구·남성 소비자↑…주도권 싸움 또 다른 변수

중국 직구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 가품 여부보다는 가격 중심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 '3040세대 남성'이 직구 시장에서 비중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중국발 해외직구 점유율은 관세청 해외직구 통계 관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금액 기준 1위(36%)가 됐다. 지난해 환율 변수를 감안해도 건수(2020년)에 이어 금액에서도 미국 등 타 국가를 제치고 1위를 했다는 건 유의미한 결과다. 지난해 남성의 구매 비중(52.1%)이 여성(47.9%)보다 높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해외직구가 가장 많은 집단은 40대 남성으로 구입 비중이 17.4%에 달했다. 알리의 국내 주요 고객은 삼사십대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구색과 가격, 배송, 사후처리 등에 대한 직구 소비자의 플랫폼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쌓여가는지에 따라, 강자 없는 국내 직구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쥘지 알 수 없다고 평가한다. 결국 알리가 얼마나 파괴적인 상품을 내세워 얼마나 공격적으로 움직이는지, 이에 대한 국내 소비자 초기 반응이 어떤지가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상품 구매 시 이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 사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살피는데, 이를 고려하면 직구 플랫폼, 그중에서도 알리 등 각 채널에 대한 신뢰가 정립돼야 하고, 각 플랫폼이 파는 상품에 대한 신뢰도 역시 경험치를 통해 쌓아가야 한다"며 "가품 이슈를 포함한 신뢰도 부분은 소비자가 중장기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고, 이 방향에 따라 시장 구도가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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