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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脫달러의 시간…비트코인 곁눈질하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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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화폐전쟁]⑤비트코인
통화긴축에 폭락했다 50% 급등…탈중앙화 장점에 시장도 우호적
금과의 상관관계 57%로 2년 만에 최고치
"상승세 끝날 것" 경고도…각국 정부 규제가 리스크

[글로벌 포커스]脫달러의 시간…비트코인 곁눈질하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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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안이 이달 의회를 통과하기 전 미 경제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부채한도 협상 불발로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11.3%로 달러(10.2%)를 앞질렀다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는 중국의 위안화 굴기, 미국 은행 위기와 디폴트 우려 등을 거치며 강력한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탈(脫)달러 움직임 속에 일부 투자자들은 대체 투자처로 가상자산에 주목한다. 탈중앙적 성격을 띤 비트코인이 금처럼 달러를 대체할 자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눈여겨 보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17세기 네덜란트 튤립 투기 파동처럼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거품만 잔뜩 긴 허상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은행 위기·탈달러에 몸값 쑥…"비트코인 더 오를 것"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만5800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 들어 50%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연초만 해도 4만7700 달러 선이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연말 1만6500 달러 선으로 속절없이 추락했다. 연간 낙폭만 65%에 달한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은행 위기, 미 디폴트 우려 확산에 따라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탈중앙화 된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는 중국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사우디 아라비아와 원유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키로 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는 무역 대금 결제시 위안화를 사용키로 했다. 중앙화된 자산인 달러의 위상이 이처럼 흔들리는 동안 탈중앙화된 가치 저장 수단이자 희소성이 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욱 확대됐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되자 원유 대금의 비트코인 결제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전통 금융기관이 겪은 스트레스가 비트코인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탈중앙화하고 희소성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글로벌 은행과 연구소 일부는 비트코인 가격이 떠 뛸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SC 은행은 2024년까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 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역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점치면서, 상황에 따라선 20만 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채권 시장 자금의 1%만 비트코인이 흡수해도 가격이 18만5000 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게 BI의 관측이다.


금과 연동되는 '디지털 골드'…"상승세 끝날 것" 경고도

[글로벌 포커스]脫달러의 시간…비트코인 곁눈질하는 투자자

비트코인은 달러의 대체재 성격을 갖는 안전자산인 금 시세와의 상관관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는 올 4월 기준 57%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 이후 관련성이 크게 높아졌다. 비트코인이 달러 헤지 자산인 '디지털 골드'로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비트코인과 달러의 상관계수는 지난해 말 0.9에서 올해 5월초 -0.9로 하락해 연관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위험자산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달러의 대체제인 금 시세와 연동되면서 시장 일각에선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시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최근 비트코인이 금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자산 지위를 인정받는다면 시세가 4만5000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최근 금값 상승 흐름을 바탕으로 예측하면 비트코인은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거래돼야 한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금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수천년간 그 역할을 해왔지만,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이 된 지 14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했다.


반면, 비트코인이 금처럼 달러를 대체할 안전자산은 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지속돼도 비트코인이 금 가격과 같이 동반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권세환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금과 비트코인은 희소성이라는 특징을 제외하고는 공통분모가 거의 없다"며 "가상자산은 전통금융 대비 가격 변동 위험이 더 높고, 불확실한 규제 리스크가 존재한다. 투자자산이란 사회적 합의조차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의 투자가치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는 데다,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보기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만 봐도 금이 8% 상승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무려 71% 상승했다.


각국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는 비트코인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들어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잇따라 제소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SEC는 가상자산을 유가증권으로 간주하고 증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받을 경우 사업자들은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향후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가상자산 규제 강화 및 발행기업에 대한 자본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회색지대에 있었던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시경제에 부정적 시그널이 발생할 때마다 세계 증시와 동반 하락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전통금융 대비 더 높은 가격 변동 위험을 가지고 있고, 불확실한 규제 리스크가 존재한다. 비트코인을 기존 자본시장과 또 다른 성격의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인정하고 포트폴리오 자산 분산 차원에서 투자를 논해보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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