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올 연말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로 원유 수요가 추가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지난 3월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기준 올해 말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86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배럴당 95달러에서 9% 이상 하향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국제유가 전망치를 낮춘 것은 최근 6개월 새 이번이 세 번째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는 앞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강세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으나, 지난 12월 이후 하향 조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들의 원유 공급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것이 국제유가 하락 전망의 핵심 동인이라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서방 국가의 전방위적인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원유 생산량이 거의 전쟁 이전의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상품 리서치 책임자 제프 커리는 지난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견해를 바꿀 만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감산 소식에도 수요 이슈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동력을 빠르게 상실했다.
특히 중국의 5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수요 이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상임이사는 "원유 가격을 움직이는 불확실성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약해지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약세 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OPEC+의 깜짝 감산 발표 당시 배럴당 80달러대 중반까지 급등했던 8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감산 약발이 한 달도 채 가지 못했다.
지난 9일 종가 기준 8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0.22% 상승한 배럴당 76.11달러를 기록하는 등 현재 70달러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IEA가 오는 14일 공개하는 원유시장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IEA는 최근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유지한 가운데 OPEC+의 감산으로 하반기 수급 여건이 다소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IEA가 14일 내놓는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전망을 할 경우 국제유가의 단기 낙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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