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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갭투자가 망가트린 전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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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갭투자가 망가트린 전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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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의 주거 디딤돌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2년 전까지 집값 상승기를 틈타 성행했던 ‘갭투자’(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주택 매입)가 집값 하락기를 맞아 전세사기, 역(逆)전세난, 깡통전세 등의 문제를 불러왔다. 집을 주거의 개념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여긴 갭투자자들이 전세를 악용하면서 벌어진 폐단이다.


사실 갭투자는 정부가 양산했다고 봐야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세자금과 관련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 민간인 은행에서 자체 상품을 통해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대출이 진행됐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에 따른 서민 주거 정책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일차원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여기에 표심을 의식한 서민 주거 정책, 특히 전세자금 과잉 대출이 덧붙여지면서 지금 문제가 된 갭투자의 단초를 제공했다. 2008년 처음 선보인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은 한도 1억원에서 이듬해 2억원으로 올랐고, 2015년엔 최대 5억원(서울보증보험 상품)까지 상향됐다.


이로 인해 갭투자는 집값이 폭등했던 2018~2021년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인식되며 유행처럼 번졌다. 2017년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거래 중 14%가량을 차지했던 갭투자 비율은 2021년 43%까지 급증했을 정도다. 전세 자금 대출 역시 급증해 2017년 말 48조6000억원에서 2021년에 170조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전세대출이 부동산 시장 거품을 일으키는 원흉 중 하나라는 건 사실 수년 전부터 공공연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서는 표심을 의식해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전세대출=서민 지원’으로 인식이 강했던 탓이다. 정부가 손을 못 대는 사이 결국 전세대출은 갭투자의 도구로 악용됐다.


지금의 전세제도는 갭투자로 인해 주거 안정성보다는 변동성을 키우는 제도로 변질된 지 오래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금융시장의 위험도는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전세·매매가격까지 상승하며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각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전세제도를 장·단기적 관점에서 조금씩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들은 여러 논문을 통해 전세대출·보증보험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침 정부도 전세제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 제도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경우에 여러 채를 살 수 없게 하겠다"고 갭투자 근절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질 않았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운만 띄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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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 전세제도 손질은 민감한 문제다. 전세자금 대출처럼 아무리 좋은 의도로 내놓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면 갭투자처럼 취지를 퇴색시키는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세 문제만큼은 서민의 주거와 직결되는 만큼 정치적 논리보다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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