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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30년대 등단한 윤곤강은 경향파 시인으로 출발했으나 곧 퇴폐적 ·풍자적 사조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쓰다, 광복 후에는 한국의 민족적·전통적 정서를 추구했다. 그는 식민지 현실과 자아의 대립 관계를 '고독'을 통해 형상화하는가 하면, '어둠'을 의식하고 그것을 감정 속에 담아 애절하게 표현한 시를 주로 썼다. 여기에는 일제 치하라는 암울한 시대적 환경, 동시에 그런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시인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글자 수 224자.
넓으나 넓은
바다의 품에 안기여
오고 가는
검은 구름 속으로
숨어 흐르는 쪽달 쳐다보며
이 저녁 내 배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기우뚱기우뚱 떠나가누나
밤 바람은 물 위에
검은 빛 주름살을 지우고
가뜩이나 으슥한데
물새 울어 더욱 서럽고나
사나운 물결의 아우성과 함께-
아… 이 저녁
나는 고래처럼
물 속에 잠기고 싶고나
겨레의 눈물 모두 다 거둬가지고
끝 모를 이 바다 밑으로
뉘우침없이 가라앉고 싶구나…
-윤곤강, <밤 바다에서-八尾島 바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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