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호텔·판자촌 등 올림픽 이유로 '퇴출'
88올림픽·베이징올림픽 등 유사 사례 반복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가 파리의 노숙자들을 지방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올해 3월 중순부터 프랑스 전역의 공무원들에게 파리에서 유입되는 노숙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지역 시설 마련을 요청했다.
프랑스 당국은 노숙자들에게 임시 숙소로 제공해온 저가 호텔들을 스포츠 팬과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로 운영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7~8월 열리는 파리올림픽과 9월부터 열리는 럭비 월드컵으로 인해 숙박 시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이 같은 조처를 내렸다.
올리비에 클라인 주택부 장관은 지난 5일 의회에 출석해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 여파로 "노숙자들을 받을 수 있는 호텔의 수용 능력이 3000~4000곳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시 수용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매체에 따르면 노숙자 지방 이주 방안이 이주민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인구 밀도가 높은 파리에서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과 맞닿아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숙자 임시 수용 시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구 1만 8000명의 브르타뉴 주 브뤼 시의 필리프 살몽 시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용 시설로 제안된 부지가 철도 노선 옆에 있으며 "탄화수소와 중금속으로 오염된 곳"이라고 지적했다.
노숙자 자선 단체인 '연대 노동자 연합'의 파스칼 브리스 대표는 "파리의 노숙자들을 프랑스 전역의 양호한 환경에 수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필요한 자원을 투입해 노숙자 이동 등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나타냈다.
극좌 성향의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아드리앙 클루에 의원은 프랑스 정부가 "2024년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노숙자들을 강제로 숨기는, 모든 권위주의 정권의 방법을 채택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거지·노숙자 쫓아내는 올림픽…"올림픽,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 된 적 없어"
일본 시민들이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 근처에서 “올림픽은 가난한 사람을 살해한다”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올림픽과 같은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취약 계층이 외곽으로 내몰리는 일은 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성화가 지나가는 자리라는 점과 도시 미화를 이유로 달동네를 강제 철거했다. 2008년 중국 당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거지와 노숙자, 행상인 등을 고향으로 보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노숙자들이 한밤중에 관광지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며, '파벨라(빈민촌)' 안에 밀어 넣은 채 대회를 치렀다.
2020년 도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입후보지 시찰 목적으로 도쿄를 방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시찰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변에 노숙자들의 천막에 철거 경고가 붙었다. 이후에도 노숙자들은 도쿄올림픽 관련 시설 건설 등을 이유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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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도쿄의 한 노숙자는 "올림픽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 적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매체에 밝히기도 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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