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캐서린 파월 에어비앤비 총괄
"장기 숙박 인기 지속, 한국 인기 높아져"
"근무지 유연성, 선택권 줘야 인재 확보"
'28일 이상 장기 숙박'. 글로벌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3년간의 코로나19 기간을 겪으며 특정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고자 하는 이용자층을 발견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도 성장세를 보여온 사업이었지만, 재택·원격근무 확산에 성장 속도가 치솟으며 관심이 집중됐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는 워케이션(Workation) 등을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손길이 에어비앤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향했다. 28일 이상 장기 숙박이 지난해 예약의 20%에 달했다. 미국서 한 해 동안 가장 이용자가 많이 증가한 부문이기도 했다.
캐서린 파월 에어비앤비 글로벌 호스팅 총괄은 지난달 27일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올해와 내년 글로벌 여행 트렌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유연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 오래 여행하고 (여행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 대규모 서비스 신규 설치·업그레이드를 단행하는데 장기 숙박을 더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파월 총괄은 최고경영자(CEO) 다음 레벨로 에어비앤비의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인물이다. 월트 디즈니에서 15년간 일한 뒤 2020년 1월부터 합류해 코로나19 시기에 에어비앤비를 만들어왔다. 에어비앤비의 서비스 신규 설치·업그레이드 시점에 맞춰 파월 총괄에게 세계와 국내의 여행 트렌드 변화와 에어비앤비 근무 제도 등에 관해 물었다.
◆ 에어비앤비의 시작 '방' 꺼내든 이유
파월 총괄은 장기 숙박과 관련해 "게스트가 더 쉽고 저렴하게 장기 숙박을 이용하고 호스트도 좀 더 편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고 에어비앤비가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숙박을 찾는 이용자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에어비앤비는 2021년부터 이러한 트렌드를 포착하고 지난해부터 관련 기능을 추가해왔다. 이번 업그레이드 발표 내용에는 3개월 넘게 장기 숙박하는 이용자에게 네 번째 달부터 서비스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고, 검색 시 숙박 기간을 월 단위로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파월 총괄은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와이파이가 있어야 하고 식탁이 아닌 업무용 책상, 의자가 필요하다"며 "장기로 묵을 땐 세탁기나 드라이어 같은 것도 필요하다. 게스트가 이러한 것에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숙소의 존재가 한층 중요해졌다.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 머물면서 집이자 사무실로 쓸 공간에 들이는 비용을 낮추고 안전한 공간을 찾아야 했다.
에어비앤비는 이번 앱 개편에서 플랫폼의 출발점인 '방'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개인실(private room)'의 진화 버전이다. 에어비앤비가 2007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가비아의 숙소에서 에어 매트리스와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됐던 점을 되살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방에서 숙박하면 전체 집에 머무는 것보다 저렴하고 호스트와 관계 맺기가 수월해진다. 에어비앤비는 방의 1박 요금이 평균 67달러(약 9만원) 수준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에어비앤비는 예약 전 호스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호스트 프로필 카드'를 만들어 직업이나 숙박 중 게스트와의 교류 정도 등을 표시하고, 침실 잠금장치 등 사생활이 얼마나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추가키로 했다. 파월 총괄은 "에어비앤비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자 DNA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려는 것"이라면서 "동시에 게스트가 좀 더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도입 1년 된 '리브 앤 워크 애니웨어'…생산성 어땠나?
여행 산업의 전면에서 이러한 근무 제도의 트렌드 변화를 체감한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4월 직접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며 일하는(Live and Work anywhere)' 정책을 도입했다. 전 직원이 사무실이나 집 등 근무 공간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고, 170여개국에서 연간 최장 90일간 머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서 직원들도 해외로 떠나 워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 제도를 도입한 지 딱 1년이 된 지금,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파월 총괄은 "아주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 직원 중 20%가 해외에서 근무하는 '디지털 노마드' 제도를 활용해 멕시코, 스페인, 독일, 인도 등에서 90일간 일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직원에게 주는 것이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속속 재택근무 축소에 나선 상황에 관해 묻자 파월 총괄은 "우리에겐 이 방식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답했다. 에어비앤비는 팬데믹 시작 이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그 상태로 한차례 연기하긴 했지만 2020년 12월 기업공개(IPO)를 단행했다. 파월 총괄은 "호스트와 게스트를 위한 업그레이드 혁신을 400개 이상 진행했고, 수년간 이용자들이 카테고리 검색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호스팅을 간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개발을 계속해왔다"며 "에어비앤비에 있어서는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파월 총괄은 근무지의 유연성을 키우려는 기업들에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회사마다 상황이 달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둘 중 하나만이 아니라 둘 다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일주일 중) 3일만 재택근무를 하는 식은 진정한 유연성이 아니다. 완전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직원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모든 팀이 재택근무 하거나 회사에 모일 기회가 없다면 물리적으로 같이 모일 자리를 만들어 문화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서울 마포, 에어비앤비 인기 급상승 '전 세계 1위'
엔데믹에 접어든 올해 여름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플랫폼을 이용해 여행하거나 호스팅하는 사람이 3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국내를 찾는 외국인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총괄은 지난해 4월 1일부터 지난 3월 31일까지 전 세계에서 에어비앤비 '방'의 숙박 예약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으로 서울 마포구가 꼽혔다고 소개했다. 2위는 호주 멜버른이었다. 비교적 저렴하고 현지와의 연결성이 높은 방 서비스를 최근 1년 내 서울 마포구에서 이용한 사람 수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도시보다는 제주, 강원 등을 이용하는 내국인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하늘길이 열리면서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의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총괄은 한국 문화, 영화, 뷰티, 웰빙 등 한류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며 "마치 쓰나미 같다"고 표현했다. 파월 총괄은 한국을 두고 "에어비앤비에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올해 (한국 사업의) 브랜딩과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한국 국내 여행객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해 문화를 경험하길 바라는 여행객들의 관심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1월 숙소 유형 선택지에 '한옥'을 신설하기도 했다.
한편,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처음 연간 단위로 이익을 거뒀다. 사실상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여행 수요가 살아난 것이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에어비앤비는 오는 9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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