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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비우기 위해 달리죠… 삶은 채우려고만 하면 괴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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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로 '나누는 삶'…달리기로 '희망 찾는 삶'

'이제우린' 수익금으로 '계족산 황톳길' 조성
年 100만명 찾는 명소…관리비 10억여원 투입
힘든 상황 땐 몸에서 답 찾아 …보약 먹는 기분
'韓 한바퀴 5228km' 완주…13개월 매주 달려
유럽 한바퀴 계획…90살에도 마라톤 완주 목표
"14.9도 '선양'으로 변방의 반란 일으킬 것"

편집자주'만보정담(萬步情談)'은 ‘하루만보 하루천자’ 운동의 하나로, 걷기를 사랑하는 명사와 함께 하는 코너입니다. 일과 삶, 건강과 행복 등을 주제로 함께 걸으면서 하는 인터뷰입니다.
[만보정담]"비우기 위해 달리죠… 삶은 채우려고만 하면 괴로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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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번 벗어보십시오. 제가 장담합니다. 너무 시원하고 좋을 겁니다."


‘계족산 황톳길’ 입구에 들어서자 조웅래 맥키스컴퍼니(옛 선양주조) 회장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함께 걷길 권했다. ‘맨발로 누리는 건강한 삶, 황톳길에서 힐링하세요!’, 현수막에 적힌 글귀 아래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거절할 방도가 없었다.


익숙한 듯 입구에 마련된 신발장에 운동화와 양말을 포개 넣어두고 산행에 나서는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설렘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맨발 산행은 처음이시죠?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참 좋을 때 오셨습니다. 어제 황토를 잘 다져놔서 아주 폭신폭신할 겁니다."

지역민과 함께하기 위해 조성한 ‘계족산 황톳길’

출발점부터 이어지는 오르막을 5분쯤 걸었을까, 호흡이 제법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조 회장은 자신이 걷고 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며 먼저 물어왔다. 그는 비워내기 위해 달린다고 말했다. 삶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다양한 문제가 비우지 않고 채우려고만 하다 보니 발생한다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속에 쌓여 있는 찌꺼기를 비워내기 위해 달리는 거죠. 몸이 힘들고 마음이 복잡할 때 늘 걷거나 뛰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비워지면서 다시 에너지를 얻습니다."


조 회장은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계족산 황톳길을 달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에게 계족산 황톳길은 단순한 달리기 코스가 아니다. 지역민들과 함께 걷고 뛰기 위해 그가 직접 조성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계족산은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대전 대덕구 장동에 자리한 해발 400m 남짓한 산이다. 이 산에 황토가 깔리게 된 건 조 회장이 첫 산행에서 얻어간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계족산에 처음 온 건 2006년 4월이었습니다.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불편한 구두를 신고 와서 제 운동화를 벗어주고 전 맨발로 걸었죠. 그렇게 다섯 시간을 맨발로 걷고 집에 돌아왔는데, 혈액순환이 잘 돼서 그런지 잠도 잘 오는 게 너무 개운하더라고요. 이 좋은 걸 혼자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총 14.5㎞에 이르는 산길에 황토 2만여t이 깔렸고, 이제는 연간 100만명이 찾아오는 지역의 명소로 알려졌다. 맥키스컴퍼니는 소주 ‘이제우린’의 판매수익금으로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관리하고 있는데, 매년 2000여t의 황토와 10억여 원이 관리비용으로 투입되고 있다.


[만보정담]"비우기 위해 달리죠… 삶은 채우려고만 하면 괴로워져"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황톳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히는 'S자 코스' 구간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대한민국 한 바퀴’ 무기력 떨치고 희망 주기 위한 도전

"여기 숲속 음악회장까지가 최고 난코스고, 여기부터는 오히려 편안합니다." 30분가량 쉬지 않고 걸음을 이어가다 보니 계단식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야외 공연장이 눈에 들어왔다. 각양각색의 바위들로 객석을 꾸민 숲속 음악회장은 매주 주말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걷는 내내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그의 표정도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차단되면서 조 회장 역시 회사의 소주 매출이 줄어들고 해외 진출에 차질이 생기는 등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례없는 시련 속에서 그가 답을 찾은 곳은 이번에도 몸이었다.


"몸이 답이다, 제 건강 철학이자 인생철학입니다.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늘 몸에서 답을 구하려고 합니다. 이번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보고 싶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달리기였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한 바퀴 5228㎞’가 시작된 겁니다."


조 회장은 2021년 12월 3일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도전을 시작해 지난 1월 26일 다시 통일전망대로 돌아오며 총 5228㎞ 완주에 성공했다. 동·서·남해 해안 길과 도서 지역부터 DMZ 길과 제주도 둘레길, 울릉도까지 116일에 걸쳐 총 518시간 57분 59초를 뛰었다. 이 기록은 한국기록원이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최단 시간 완주’ 최고기록으로 공식 인증하기도 했다. "주중에는 일하고 매주 금요일 새벽에 차량으로 출발지로 이동했어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은 13개월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매주 80~100㎞씩 달렸죠. 혹한기나 혹서기는 정말 힘들었는데, 특히 진부령을 넘어갈 때는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나 됐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춥다고 밥 안 먹고, 덥다고 잠을 안 자진 않잖아요. 내가 만든 약속이니까 반드시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뛰다 보니 어느 순간 즐기고 있더군요."


조 회장은 1㎞ 달릴 때마다 지체장애인협회 등에 기부금을 1만원씩 적립하는 기부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채 의식이 있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달릴 때마다 보약을 먹는 기분이 드는데, 기부금도 보약값이라고 생각하고 적립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다음 달리기 코스로 유럽을 정조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한 바퀴 뛰었으니 세계를 한번 뛰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유럽 한 바퀴 계획은 이미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고, 아내와 함께 스태프를 구성해 제대로 한 번 뛰어볼 작정이에요."


그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달릴 생각이다. 땡볕에서 달리고 있는 조 회장을 바라보며 어떤 이들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무엇을 위해 고생을 자처하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달리고 나면 몸과 마음에 쌓여있는 것들을 비워내니 몸도 마음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얻는다고 답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게 멋진 인생이죠. 90살까지 42.195㎞를 완주하는 게 목표이고, 그 이후에도 평생을 달릴 생각입니다."


[만보정담]"비우기 위해 달리죠… 삶은 채우려고만 하면 괴로워져"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황톳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히는 'S자 코스' 구간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고래 > 뚜꺼비·여우 …‘선양’ 변방의 반란 일으킬 것

조 회장은 대한민국 한 바퀴 5228km 대장정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맥키스컴퍼니의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스텝이 지난달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신제품 소주 ‘선양(鮮洋)’이다.


선양은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흐름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국내 최저인 14.9도(%)로 낮추고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제품으로 최저 열량 298kcal(360ml)를 구현한 제품이다. 여기에 기존 소주병보다 짧고 둥글면서 투명한 병을 사용해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현재 시판 중인 소주 중 유일하게 ‘크라운 캡’을 적용해 뚜껑을 따서 마시는 재미도 더했다. 출시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선양은 소주 시장에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기획한 제품입니다. 녹색병에서 탈피해서 시각적으로 눈에 띈다는 평가가 많고, 도수도 15도 아래로 파격적으로 낮췄습니다. 도수를 낮추면 물비린내가 날 것이란 외부의 우려도 있었는데, 장기 숙성한 양질의 쌀·보리 증류 원액을 첨가해서 풍미를 높이고, 특허기술인 산소숙성 촉진 공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선양은 맥키스컴퍼니가 회사의 명운을 걸 정도로 공을 들여 만든 제품이다. 전국구 대형 주류회사의 지방 시장 공략이 거세지면서 대전·충남·세종 지역 주류회사인 선양 역시 해를 거듭하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사명이었던 선양을 꺼내 든 것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옛 사명을 활용해 브랜드의 정통성은 살리는 동시에 최근 트렌드에 맞춰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제품에 더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을 중심으로 1등 브랜드만 살아남는 건 주류 업계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화 없이 대기업과 붙어서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죠.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저희의 50년 소주 제조 전문 기술력을 토대로 맛과 디자인에서 모두 차별화해 만든 게 바로 선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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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이제 해외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다음 스텝은 미얀마 시장 진출로, 맥키스컴퍼니는 내년 미얀마 공장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주류기업이 아세안 현지 진출을 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K-소주가 아세안에서 한류 못지않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미얀마를 거점으로 동남아 현지 시장을 공략할 생각입니다. 미얀마에서도 ‘뛰는 놈’이란 한국에서의 스토리는 이어갈 거에요. 달린 만큼 적립하는 기부 역시 그곳에서도 계속될 겁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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