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동농협 주최 '한강선사유적지길 걷기대회'
참가자 5000여명…한강 따라 지역문화 탐방
“4년 만에 이렇게 모일 수 있어 감격스럽습니다. 함께 걸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22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한강공원 광나루지구 축구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린 두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온 젊은 엄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빠, 하얗게 머리가 센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나온 중년의 아들까지. 5000여명의 강동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걷기대회’ 때문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북적이는 축구장에서는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우려했던 황사도 잦아들어 화창하고 따뜻한 완연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울강동농협 주최·주관으로 열린 이번 ‘한강선사유적지길 걷기대회’는 대회라는 명칭과 달리 지역 주민의 축제에 더 가까웠다. 걷기 출발지점인 축구장 가운데에서는 신명 나는 음악 공연이 펼쳐졌고, 무대 왼쪽으로는 우리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장이 마련돼 긴 줄이 늘어섰다. 참가자들을 위한 포토존에서는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착용한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사진을 찍으려 붐볐고, 따뜻한 날씨에 시원한 음료와 슬러시를 나눠주는 곳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식전 행사와 스트레칭을 마치고 본격적인 걷기대회가 시작됐다. 흥겨운 젬베 소리에 맞춰 축구장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구리암사대교 인근의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오는 왕복 5㎞가량의 코스를 걸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걸어갔지만, 얼굴에는 모두가 웃음꽃이 피었다. 8세·6세 두 딸과 함께 걸은 엄마 김혜린씨(43)는 “아이들하고 여유롭게 걷는 즐거움을 느끼려고 찾았는데 날도 좋고 많이 덥지도 않아 천천히 즐겁게 걷고 있다”며 “아이들도 한강을 가까이에서 보는 게 신기한지 들뜬 모습”이라고 미소를 띠었다.
암사생태공원을 지나 구리암사대교와 올림픽대로가 만나는 지점 밑 한강공원에 설치된 반환점에서는 힘차게 걸어온 이들을 위한 작은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어깨 뭉침을 풀어줄 스트레칭 기구를 받은 참가자들은 한강 변을 따라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갔다. 약 1시간 동안 7000보가량 걸은 참가자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출발 지점이었던 축구장으로 돌아와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경품 추첨을 함께 즐겼다.
2017년 시작된 한강선사유적지 걷기대회는 어느덧 7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정확하게는 4회째다. 2019년 3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단됐다가 올해 4년 만에야 재개됐다. 걷기와 지역 축제를 즐기고픈 주민들의 바람은 이번 대회에 구름 인파를 만들어냈다. 박성직 강동농협 조합장은 “코로나로 인해 4년 만에 개최했는데 날도 좋고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어 뜻깊다”며 “자연의 바람과 유적지를 접하며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처럼 한강선사유적지 걷기대회가 강동구의 대표적인 걷기대회이자 지역 축제로 자리 잡기까지는 박 조합장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칠순을 맞은 박 조합장은 자타공인 ‘스포츠 마니아’로 통하며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테니스, 골프, 헬스 등 여러 운동을 즐기는 그가 기본으로 꼽는 운동이 바로 걷기다. 박 조합장은 “강동구의 지역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강동농협 고객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돕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강동구가 환경도 좋고, 한강도 있어 걷기대회를 주최하게 됐다”며 “모든 운동의 기본은 걷는 것이다. 나 자신도 많이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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