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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美 1호 DTx'… 반면교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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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DTx 개발사' 페어 테라퓨틱스
최근 파산 신청…자금난 극복 못해

아직 초기인 국내 DTx 산업은 악영향 우려
"DTx가 아닌 페어의 실패로 봐야"
"제품력 향상·생태계 조성해야 한다는 교훈"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DTx) 개발사'로 이름을 높였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파산을 결정했다. 무려 3개의 승인 DTx를 보유했지만 시장 내 상용화가 부진하면서 결국 자금 문제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갓 '1호 DTx'가 나온 국내 DTx 산업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라지는 '美 1호 DTx'… 반면교사 될까 페어 테라퓨틱스 로고(왼쪽)와 페어의 약물중독 치료 DTx '리셋' [사진제공=페어 테라퓨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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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어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파산법 제11장(챕터 11)에 따른 파산 절차를 시작했다. 이는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기업에 대해 이뤄지는 조치로 한국의 법정관리 제도와 유사한 제도다. 지난달 17일 경영 악화로 회사 매각, 합병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에 실패할 경우 청산 또는 구조조정을 모색해야 할 수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파산 절차로 들어간 것이다. 140여곳의 잠재적 인수자와 논의해 3건의 구속력 없는 제안(non-binding offer)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페어는 2013년 설립 이후 2017년 세계 최초로 약물중독 치료용 '리셋(reSET)'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후 또 다른 약물중독 DTx '리셋-O', 불면증 DTx '솜리스트(Somryst)'까지 무려 3개의 FDA 승인 DTx를 확보하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2021년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16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으며 나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69만달러에 그친 매출에 비해 운영비용은 그 10배인 1억3640만달러에 달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린 끝에 여러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했지만 결국 파산을 맞았다. 상장 직후 14.6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0.8% 수준인 0.116달러까지 내려앉았다. 페어 주식은 상장폐지 예정으로 오는 19일 거래가 중단된다.


세계 최초의 DTx 개발사로 한껏 주가를 올렸던 만큼 페어의 좌절은 국내 DTx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한 DTx 개발사 대표는 "지난해 거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다행히 초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며 "선두주자가 고꾸라지면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고, 다음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더 큰 난항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라지는 '美 1호 DTx'… 반면교사 될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다만 국내 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은 상황이 다른 만큼 페어의 실패가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들은 페어의 실패 요인으로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 부족,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DTx 생태계 등을 꼽았다.


신재용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에버트라이 대표)는 '퍼스트 무버의 저주에 걸린 것'이라며 급여, 보험 등 DTx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미국과 한국 간에 다른 만큼 페어의 파산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신 교수는 "페어의 DTx를 써보면 사용적으로 좋지 않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은 기업 사보험이 주를 이루다 보니 직원의 건강 관리를 위한 '중간 의료'가 활성화돼있고, DTx를 쓸만한 이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한국, 독일에서는 그동안 의사가 못했던 걸 해준다는 것 때문에 DTx에 열광한 것이고, 또한 공보험 체계 국가인 만큼 급여화가 될 경우 안정적 상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DTx 개발사 관계자도 "DTx의 실패보다는 페어의 실패로 봐야 한다"며 "페어의 DTx UI·UX가 좋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페어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낮은 사용성은 페어의 DTx를 처방받은 후 실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구동한 비율이 51%에 그친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목전에 둔 불면증 DTx '필로우Rx'를 개발 중인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제품의 힘을 끌어올리는 한편 제도적 생태계가 발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페어에서도 판매에 치중할 게 아니라 피드백을 토대로 연구·개발(R&D)을 해야 했다"며 "일반 약과 달리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생태계 조성면에서도 "'킴리아' 같은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건강보험 적용이 어렵지 않느냐"며 "함께 할 우군을 확보해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페어가 선도 기업으로 이끌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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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도 말했다. 단일 공보험 체계로 건강보험 급여화 없이는 상용화가 어려운 만큼 빠른 급여 제도 수립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수립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의 일환으로 검토 중인 '혁신계정' 같은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혁신계정은 안전한 혁신의료기술의 근거 창출 기간에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별도 보상을 하는 제도다. 강 대표는 "정부에서 여러 차례 진흥책을 언급하면서 확실한 의지를 가진 것 같다"며 "국가에서 혁신을 진작하기 위한 제도를 실제로 도입해준다면 업계도 이에 상응하는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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