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2021년 호봉제 폐지…폭스바겐도 직무급제 도입
국내 기업도 직무·성과급제 도입 확산
현대차 노조, 연공서열 호봉제 포기 못해
국내 재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직무제는 물론 업무 기량에 따른 차등 보상까지 채택했다. 연공서열, 집단적 관료제의 원조 격인 일본 기업까지 성과주의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반면 민주노총 산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여전히 호봉제에 집착하며 글로벌 트렌드에 홀로 역행하고 있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노사는 지난달 28일 '연구직 임금체계 개선 노사 TF'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마쳤다. TF 출범 당시 노사는 올해 3월까지 가시적인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노사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뚜렷한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극적인 합의안 도출은 어려워 보인다.
도요타, 연공서열 승급 폐지…폭스바겐, 직무 난이도별 임금 차등 지급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일찍이 직무와 업무 난이도별로 임금을 차등 지급해왔다. 도요타는 2019년 과장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정기승급을 폐지했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중심 보상을 강화한 것이다. 이후 2020년에는 일반 사무직 대상, 2021년에는 생산직까지 범위를 넓혀 전 직원 호봉제를 폐지했다.
폭스바겐은 1950년대부터 등급 평가 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생산직군에서도 직무별로 가치를 나눠 평가한다. 14개 항목 평가 기준에 따라 직무서열과 임금등급이 결정된다. 평가 항목에는 전문지식, 솜씨(손기술), 작업환경, 책임 범위까지 포함된다. 같은 생산직이라도 열악한 작업환경에 자주 노출되거나 책임져야 할 공구 작업물이 많을수록 임금을 높여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사례를 참고할 때, 이번 협상이 향후 현대차그룹의 성과 중심 임금 개편안의 초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관리직, 일반 사무직 임금 개편부터 시작해 전 직군으로 연공서열 폐지를 확대하는 식이다. 글로벌 기업의 동향을 참고해 우리나라 노사관계 실정에 맞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배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문제는 과도한 연공성에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별 기업 사정에 맞고 노사가 공감하는 방법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기술 수요 따라 임금 차등…재교육 지원
재계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이 추진해 온 직급단계 간소화, 승진 연한 폐지 등은 성과 중심 문화를 다지는 초석이다.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직무급제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직무별로 임금에 차등을 두되 해당 직무에서 기량이 뛰어난 직원에게 보상을 늘리는 방식이다.
글로벌 물류기업 쿠팡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를 확립한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쿠팡은 성과 중심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성과 측정'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관리자는 특정 개인에게 성과 등급을 부여할 때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여러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 개진의 시간을 갖는다.
LG CNS는 직원 연봉 협상에 기술 역량 레벨을 반영한다. 자격증이나 업무 역량을 고려해 5단계로 레벨을 나누고, 이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정해진다. 예를 들면 1년 차 사원도 업무 역량이 뛰어나면 10% 이상 연봉 인상이 가능하다. 반면 연차 20년 이상의 부장이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연봉이 동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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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IBM은 업무 역량에 시장 트렌드까지 고려했다. IBM은 시장 수요가 많은 스킬(업무 기량)을 보유한 직원에게 높은 급여를 준다. 직원이 보유한 스킬이 이미 시장에서 도태된 기술이라면 연봉을 동결하는 대신 새로운 스킬을 배울 기회를 준다. 직원이 미래에 필요한 신기술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비용과 시간을 지원한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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