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역대 전·현직 미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가운데 그가 체포될 경우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범죄인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하고 지문을 날인하며 유전자를 채취당하는 수모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영국 BBC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진 출두를 하든 체포되든 비공개로 이뤄지는 이 절차들은 동일하다. 이후 검찰 수사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간단한 질문을 하고 체포보고서를 작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맨해튼 지방법원으로 이동한다. 이 절차는 피고인에게 기소 사유를 알려주고 기소 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를 심문하는 과정이다.
보통 중범죄로 기소되면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을 지나 법정으로 향하는 것이 관례인 데다 이번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삼고 싶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엄중한 경호를 받는 신분이라는 점에서 이 과정을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번 기소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겠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이번 형사재판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에게 '호재'지만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는 대형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맨해튼 지검장이 주도한 이번 기소를 순전한 정치 공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정치적 박해'를 운운했고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은 "급진적 검사장의 말도 안 되는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은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는 이번 기소를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려는 채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폴리티코는 "캠프가 이번 기소 사태를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트럼프의 수호자가 되지 않으면 좌파 동조자로 낙인이 찍히는 시험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중이거나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 출마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헌법상 대통령 후보 조건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35세 이상, 최소 14년 이상 거주한 미국인이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나 유죄평결 때문에 출마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평했다. 심지어 감옥에 가더라도 선거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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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로 체포가 된다면 대선 캠페인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공화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일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에서 더 큰 지지를 받을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대중매체에 숱하게 얼굴을 드러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몰이에 동물적 감각을 보여줘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피력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정치적 경험이 전무했던 가 2016년 대선에서 '워싱턴 정치'의 대표주자들을 물리치고 완승한 것도 이같은 쇼맨십이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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