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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규제완화가 부른 SVB 파산…한국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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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실패-규제 회피 영향 커

미국 16위권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갑작스러운 파산의 배경으론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과 자산운용의 ‘올인(all-in)’이, 근본적으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감독 당국의 규제범위 이탈 등이 꼽히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가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형 은행의 과점체제 완화를 위한 신규 플레이어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자칫 이런 움직임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강화돼 온 '금융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단 이유에서다.


1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VB의 총자산은 2090억 달러로 미국 상업은행 총자산의 0.95%를 차지한다. 순위로 보면 전미 16위권에 해당하는 '준중형' 은행으로, 파산 은행 중에선 세계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뮤추얼(저축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금리 인상=이자수익 확대'란 공식이 통하지 않은 것은 이 은행의 특성 때문이다. SVB는 기술산업과 관련된 투자회사, 기술산업 스타트업 기업을 주 영업 대상으로 하는 사실상의 특화은행처럼 기능했다. SVB는 이들로부터 유치한 예수금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등에 올인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는데, 지난해 예상치 못한 금리상승 랠리로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면서 예금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중소형 은행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규제 회피, 이에 따른 내부통제 시스템 붕괴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게 해외 주요 매체의 분석이다.


제이슨 퍼먼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포춘지(紙) 기고를 통해 SVB를 비롯한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이 로비를 통해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규제를 회피하면서 발생한 '규제 불균형'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도드-프랭크법은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 마련된 광범위한 금융 규제법안이다. 이 법은 중요 금융회사 규제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중요 금융회사 정리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법에선 자산 500억 달러 이상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SIFI)'로 분류해 은행·감독 당국 주관의 스트레스 테스트, 통합 리스크관리, 유동성 요건 등 ‘강화된 감독기준(EPS)’을 적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 SVB를 비롯한 중소형 은행 경영진들이 로비를 통해 SIFI 대상을 자산 2500억 달러 이상 은행으로 조정토록 하면서 감독 당국의 규제 밖으로 벗어나게 했다는 지적이다. 그릭 베커 SVB CEO는 지난 2015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SVB는 중소규모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적 위험과 관련이 없다”면서 "초대형 은행지주를 위해 설계된 도드-프랭크법을 적용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제이스 퍼먼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장은 “중소은행들은 너무 쉽게 (규제에서) 빠져나갔다”면서 “기존 규제를 더 강화해 월가의 거대기업 외에도 작은 은행들을 포괄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통제 역시 낙제점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보도한 데 따르면 SVB는 지난해 4월 리스크 담당 임원이 물러난 이후 올해 1월까지 해당 직위를 공석으로 방치했다. 그 사이 그릭 베커 CEO는 지난해에만 140억 달러를 채권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금리 스와프 형태로 이뤄지는 금리 헤지(위험 회피)를 해지했다.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국면인데도 금리 인하에 베팅하며 리스크 헤지를 전혀 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권에선 SVB의 사례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완화를 위해 스몰 라이선스(인가 세분화), 챌린저 뱅크 등 소규모 특화은행을 허가해야 한단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앞서 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소규모 특화은행의 사례로 SVB를 지목한 바 있다.


실제 TF 회의에서도 마치 SVB 사태를 예견한 듯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TF에서 참석자들은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필요로 한다”고 짚는 한편, “금융규제 준수를 위한 내부통제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이 미흡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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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예대율이 높은, 쉽게 말해 전통적인 ‘이자 장사’에 치중한 우리 은행권은 SVB 사태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쟁, 혁신을 위해 신규 플레이어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엔 공감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섣부른 규제완화가 부른 SVB 파산…한국에 주는 교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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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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