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부대변인, 北 김여정 비난 담화에 논평
北 말고 "누구든지 도발적 수사 피해길 바라"
ICBM 발사에 대응 못하는 안보리…"무용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유엔이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 담화'에 대해서도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김여정의 담화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측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모든 당사국이 한반도의 긴장을 악화할 수 있는 어떤 수사도 피하길 바란다"며 "궁극적으로 당사국들이 대화에 복귀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 달성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8일 밝혔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바란다는 뜻인지' 묻는 추가 질문에 "긴장 완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이 시점에서 기본적으로 누구든지 도발적인 수사를 피하길 바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한반도 상황은 충분히 긴장 상태였고 우리는 그것이 상당히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도를 넘고 극히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과시성 군사행동들과 온갖 수사적 표현들은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라는 강변을 또 다시 늘어놓은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격화되는 원인은 전적으로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는 북한에 있다. 더구나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무력 시위에 나설 명분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지'라는 수식어로 북한은 물론 한미 양측에도 자제를 요청하는 모양새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올 들어 유엔 안보리를 겨냥한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지난달 22일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과 미국의 군사 행동에는 눈을 감고 북한에만 불공평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취지로 맹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유엔의 '불공정성'을 강변해 중국과 러시아에 협조하지 않을 명분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원칙적으로 ICBM 발사에 대해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북한이 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데 대한 제재는 무산됐고, 지난해 11월 쏜 ICBM '화성-17형'에 대응하기 위한 의장성명도 아직까지 공전하고 있다.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권을 남발하며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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