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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트렌드 2023]'로컬 브랜드' 맹활약, 동네가 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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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트렌드 2023]'로컬 브랜드' 맹활약, 동네가 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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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평생 경기도민으로 산 사람으로서 작가의 적확한 표현력에 감동했다. 그렇다. 나는 경기도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자랐다. 이름난 핫플레이스는 모두 서울에 있던 시절, 유행이 한참 돌고돌아 서울에서 자취를 감출 때 즈음에야 서울에서 유명했던 프랜차이즈를 동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쯤 핫플레이스 근처에 살 수 있을까. 그렇게 늘 서울러의 삶을 동경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경향에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트렌드 세터로서 서울의 위상은 여전하지만 골목의 작은 가게, 로컬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지역의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독특한 굿즈, 도심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시골살이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힙스터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독특한 로컬의 감성을 소비하는 로컬 지향 트렌드는 빅데이터로 관측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019년부터 2022년 1분기까지 신규 창업 가맹점명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산’ ‘대구’ ‘전주’ ‘인천’ 등 지역 이름이 들어간 가계들의 창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이 들어간 신규 창업 가맹점의 순위는 하락했다. 로컬의 부활이 심상치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로컬 브랜드의 활약이다. 특히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F&B브랜드 사례가 주목받는다. 강원도를 기반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 ‘밭’의 감자빵이 대표적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강원도에 위치한 ‘카페 감자밭’에 몰린 인원은 70만명. 과거 치킨집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춘천시 신북읍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2018년부터 다양한 사이다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댄싱 사이더’도 대표적인 로컬 브랜드로 손꼽힌다. 사이다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도수 4~7% 사이의 과실주를 의미하는데, 애플 사이다는 특히 충북 충주를 기반으로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사과를 사용한다. 사이다라는 술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지만 감각적인 패키지로 더 유명하다.


더 나아가 지역의 독특한 감성을 브랜드로 확장하기도 한다. 대구 스트릿웨어 편집숍 이플릭(EPLC)이 대표적이다. 편집숍의 1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하기 시작한 ‘대구티셔츠’는 매년 완판을 거듭하고 있다. 완판의 비결은 무엇일까? 티셔츠의 디자인이나 컬러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매년 다른 색상으로 티셔츠를 제작하거나 연초에 한정수량으로만 판매하는 전략이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대구의 지역번호 ‘053’을 넣은 디테일한 센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로서리 스토어 콘셉트의 인기도 동네와 맞닿아 있다. ‘그로서리 스토어(grocery store)’는 최근 쇼핑 트렌드를 언급할 때 부쩍 인용되는 단어다. 서양에서는 농수산물 등 식료품과 공산품, 생활잡화 등을 파는 소매점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슈퍼마켓이다. 그동안 대형마트에 밀렸던 슈퍼마켓이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강조하며 재탄생하고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그로서리 스토어 ‘은하수 상점’은 고기와 생선을 무료로 구워주는 그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기 걱정으로 인해 아파트에서 생선 냄새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 서비스로 동네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롤로와영도 그로서리’는 좋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매월 한 차례 열고 있는 ‘롤로와 포틀럭 파티’는 참여자나 주제에 대한 제한 없이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임으로, 일상 공간인 슈퍼마켓이 지역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로컬을 선호하는 현상은 여행 트렌드도 바꾼다. 여행 전문 플랫폼 트리플에 따르면 2022년 6월 전국 숙소 예약 건수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41%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유명 여행지가 많은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영호남과 충청의 시군 지역(광역시 제외) 숙소 예약이 408% 증가했다는 것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국내 여행지를 찾는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만 알고 있는 독특한 여행지를 찾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다.


이처럼 로컬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지역 컬래버 제품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CU는 2022년 지역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간편식만 20종류 이상 선보였는데, 최근에는 진도대파를 활용한 다양한 간편식을 출시했고, 오뚜기는 제주 특화 브랜드 ‘제주담음’을 론칭하면서 제주 감귤절임을 넣어 만든 감귤 도우(빵)를 활용한 ‘제주 감귤도우 피자’를 선보였다.


동네가 힙해지고 있다. 독특하고 희소한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로컬은 ‘한정판 경험’으로 통한다. 바꿔 말하면, 우리 동네가 지닌 유니크함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매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브랜드로 확장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도전정신을 응원한다. 지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로컬리즘의 부활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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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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