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6개 석유기업들의 지난해 배당 총액이 1280억달러(약 166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은 데다, 월스트리트에서 주주 환원 움직임이 강화한 데 따른 결과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석유기업들이 지난해 자사주 매입, 배당에 쓴 돈은 신규 시추 채굴을 비롯한 투자 금액을 웃돌았다. 작년 26개 석유기업의 배당금 총액 1280억 달러 역시 2012년 이래 최고액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석유 업계에 생산량을 늘려줄 것 등을 호소했으나 업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대형 석유기업들의 입장에서, 미국 정부의 직접적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이번처럼 많은 이익을 다져다 준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석유기업들이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은 것은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께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어서다. 유전, 가스전, 정유공장 등의 경우 투자한 자본을 수익으로 회수하는 데 수십 년이나 걸리는 만큼 일종의 '좌초 자산'(stranded assets)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석유기업들이 시추와 채굴을 위해 새로운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주주 환원에 집중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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