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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레코드]이성민 "배우는 평생 무지개를 좇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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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외비' 배우 이성민 인터뷰
92년 부산 숨은 권력 실세 순태役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인기 실감
"힐링-멜로 연기 도전하는 꿈 꿔"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아요. 배우는 평생 무지개를 좇는 사람들이죠. 말하고 보니 꽤 멋지네요? 허허허."


배우 이성민(54)은 연기 철학을 이같이 말했다. '연기'란 단어만 나오면 진지해지면서 엷은 미소가 번진다. 버릴 경험은 없다고 했던가. 배고픔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숨 돌릴 틈이 없이 달려왔다. 지난해 영화 '리멤버', 디즈니+ 시리즈 '형사록',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로 돌아왔다. 매 작품 배역을 깊이 탐구하고, 진짜 감정을 끝없이 갈구하며 걸어온 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연극을 할 때도 그랬지만 쉬지를 못하겠다. 인생에 별다를 게 없어서 가끔은 내 인생이 불쌍할 때도 있다"고 돌아봤다. 그는 "얼마 전에 여권을 갱신하면서 보니 도장이 두 개 밖에 없더라. 그중 한 번은 '공작'으로 칸 영화제에 갔을 때고, 나머지는 태국으로 가족여행 갈 때 찍은 것"이라며 웃었다. 돌아보면 좋은 배역이 와 있고, 눈 돌리면 매력적인 작품이 코앞에 와 있는 까닭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대박 예상 못 해…인기 감사"
[온더레코드]이성민 "배우는 평생 무지개를 좇는 사람" 배우 이성민[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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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이성민의 해였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 극 말미 '재벌집 할아버지'라고 제목을 바꾸자는 말이 나온 데 이어, '진정한 연기대상은 이성민'이라는 반응이 다수의 압도적인 공감을 얻을 만큼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드라마가 잘 돼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배우의 평가는 작품의 평가와 같이 간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만족해도 작품이 안 되면 캐릭터도 잊히는 것"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재벌집 막내아들'이 잘 됐을 때 '한 달 가겠군'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좋았다. 살아가는 맛이 있구나. 사실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의아하면서도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더라. 무엇보다 출연 배우들이 다 잘 돼서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민은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권력자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는 "요즘 조금 힘들다"며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남산의 부장들'(2020) 이후 연이어 각 잡힌 배역을 연기해왔다. 촬영을 앞둔 배역도 녹록지 않다. 풀어진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이어 권력자 역할을 맡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작들의 영향이 있어서"라고 바라봤다. 그는 "실제 내 모습은 전혀 극적이지 않다. 평소 나는 별다른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배우는 아닌 듯해도 배역과 작품의 영향을 받아요. 무의식조차 의식을 하니까요. 건강하고 힐링 되는 영화를 하면 나도 건강해지고, 어둡고, 칙칙하면 나도 무거워지죠. 제 정서를 위해 이젠 건강한 작품도 만나고 싶어요."


권력 비호받는 브로커役
[온더레코드]이성민 "배우는 평생 무지개를 좇는 사람" 배우 이성민[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은 지난 1일 개봉한 '대외비'에서 권력을 뒤흔드는 숨겨진 권력 실세 순태를 연기했다. 1992년대 부산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실세이면서 눈엣가시 같은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정치 인생마저 짓밟는 어마어마한 인물이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었지만, 감독님께 묻지는 않았다. 순태는 그렇게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봤다. 정치인인지 깡패인지 알쏭달쏭해서 연기하기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마어마한 권력의 비호를 받는 브로커라고 상상했다. 권력 뒤에서 그들을 움직이고 있는 누군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오던 인물"이라고 바라봤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콧수염. 단출하지만 강렬한 순태의 외형은 이성민이 한 번쯤 상상해온 극 캐릭터였다고 했다. 그는 "예전부터 작품에서 이런 스타일을 한번 써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대외비'에서 써먹었다"며 웃었다.


이성민은 '리멤버', '재벌집 막내아들', '대외비'에서 연거푸 노역을 하고 있다. 단순한 노인으로 보기엔 입체적이지만 연이어 노인으로 살아온 소회를 물었다. 그러면서 "순태는 노인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을 이었다.


"특별히 부담감은 없었지만, 셋 중 '리멤버' 노인이 가장 만들기 힘들었어요.(웃음) 가장 고령이었고, 살아온 삶이 만만치 않았죠. 진양철은 애매하게 여러 인물이 겹쳐 보여야 한다고 봤죠. 가상의 이야기지만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특정 인물들을 연상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고향 어른들이 쓰는 사투리 말투를 묘사했는데, 고향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대외비' 순태는 상상을 바탕으로 마음껏 만들었어요."


"결핍은 나의 원동력…멜로 꿈꿔요"
[온더레코드]이성민 "배우는 평생 무지개를 좇는 사람" '대외비' 스틸[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은 1968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나 1987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대구에서 극단 생활을 하면서 배고팠지만 꿈이 있어 행복했다. 끓인 물에 커피 프림을 풀어 마가린과 설탕을 부어 끼니를 해결할 만큼 살림은 궁핍했지만, 당시의 경험은 지금의 이성민을 있게 해준 동력이다. 그는 "이제 10~20년 더 빠당빠당 놀다 가면 된다"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20~30대엔 앞이 안 보였어요. 미래가 어디 있어요. 막연히 '유명 배우가 되면 어떨까' 한 번쯤 생각하는 정도였지, 지금 내 모습은 상상 못 했죠. 당장 내일 살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잘 못 쉬어요.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안 하고, 다른 직업으로 살고 싶어요. 기술직이요. 지금은 나이 들고 배우로 자신감도 생겼지만, 예전에는 내가 배우인 게 부끄러웠어요. 자존감도 낮았고, 인간 이성민과 배우 이성민을 구분 지어 생각했죠. 이젠 배우 이성민이 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요. 예전엔 가족과 있을 때 누군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낯설었거든요. 요즘 '진양철 회장님, 사진 찍어주세요' 하면 '아 예~' 하고 찍어드려요."


이성민은 지난 1월1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자택에서 회복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달리던 그가 뜻밖의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게 된 것. 당시를 떠올리며 "그동안 밀린 영화를 보고 잠도 자면서 방에서 안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 3시부터 알람을 맞추는데, 한번 보실래요?" 이성민은 말 끝나기 무섭게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알람 화면을 보여줬다. 오전 3시부터 저녁까지 수십 개의 알람으로 빼곡했다.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없이 이어졌다.


[온더레코드]이성민 "배우는 평생 무지개를 좇는 사람" 배우 이성민[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혹자는 배우 하면 '와!' 하면서, 여유로운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예민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죠.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고, 똑같아요. 만약 내일 중요한 장면 촬영이 있다면 잠을 잘 자는 배우가 거의 없을 거예요. 저도 그렇죠. 감정적으로 중요한데, 쉽지 않은 연기를 앞둔 날엔 고민하느라 잠을 설치고 촬영장에 가요. 그래도 연기를 더 잘하고 싶고, 만족하는 내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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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배우 자신일 터. 이성민이 감독이라면 배우 이성민에게 어떤 작품을 줄까. 그는 "멜로를 하고 싶은데, 제안이 안 온다"며 웃었다. "맨날 브로맨스를 하는데 지겹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좋은 배우와 장면을 멋지게 만들어낼 때 쾌감이 크다. '대외비'에서 조진웅과도 일종의 브로맨스이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서로 애증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주 노골적인 브로맨스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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