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중부에서 벌어진 열차 충돌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57명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대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2일(현지시간)에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 700여명의 시민이 모여 노후한 철도 시스템을 방치한 정부와 철도회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폭우가 내리는 날씨에도 "이 범죄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헬레닉 트레인 본사에서 그리스의 의회까지 행진했다.
시위에 참여한 스텔리오스 도마라조글루는 가디언에 "그들은 사고를 덮으려 할 것이지만 우리는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가 나섰다면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이 오로지 이익에만 관심을 두면서 9년 전 이후로 기차의 시스템 업데이트가 지연돼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는 그리스 정부 대변인인 야니스 이코노무가 그리스의 철도 사업이 "고질적인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며 철도 시스템 현대화 작업이 지연되고 있음을 공식 인정한 지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 시위대는 1일 저녁부터 철도회사 사무실에 돌을 던지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흩어졌다.
2일에는 사고 열차의 최종 목적지인 테살로키니에 2000명의 시민이 모여 과격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정부의 늦장 대응을 비판했으며 경찰이 나서 시위를 진압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시민 대다수는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인 청년층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사고 열차에 탑승한 시민 상당수가 부활절을 앞두고 마음을 정결하게 다듬는 사순절을 보내고 테살로키니로 되돌아오는 20대 학생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철도 회사 직원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정부의 방관에 돌리며 주말까지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철도 노조는 2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그리스 철도를 무시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벌이는 파업"이라며 비용 절감과 인력 부족, 낡은 장비가 수년간 철도 시스템을 망가뜨려 왔다고 지적했다.
헬레닉 트레인은 그리스가 장기부채에 시달리던 시기 민영화된 기업 중 한 곳이다. 철도 노조는 헬레닉 트레인이 2017년 이탈리아 기업에 인수된 이후 철도 시스템의 현대화가 늦어졌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달 28일 자정을 앞둔 시각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여객열차가 마주 오던 화물 열차와 정면 충돌해 열차의 일부 객차가 탈선하고 최소 3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열차에는 승객 342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사고 당시 일부 승객은 강력한 충격 때문에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갔으며 일부 시신은 사고 현장에서 30~4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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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현재까지 57명이 숨졌으며 56명은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열차 충돌로 화재가 발생할 당시 기차의 앞칸 두 대가 1300도의 화염에 휩싸였다며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추가 발견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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