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갓 지은 밥처럼 인기를 끌었던 정기예금이 매력을 상실하면서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금융소비자들도 하나 둘 씩 늘고 있다. 다만 미국 일각서 제기되는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아직은 신중한 투자에 방점을 찍는 자산가들이 많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월말(16조944억원) 대비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한 17조540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유가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빚을 내 투자할 정도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단 의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시 활황기이던 2021년 8월말 기준으론 24조9205억원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하락장이 이어지며 지난 1월 말엔 16조944억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올 들어 금리 정점론이 고개를 들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연초 2225.67에서 출발했으나 지난 21일엔 2458.96으로 상승세를 그렸다.
이는 예금상품의 매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수신잔고는 전월 대비 45조4000억원 감소한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잔고는 51조4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아직까지 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빚어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확장세를 이어가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고, 주식 및 부동산 등 국내 자산시장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단 판단을 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주식시장의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21일 기준 46조1998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오히려 3조원 가량 감소했다. 아직까지는 지난해 말부터 유행한 저쿠폰채권, 금리확정형 장기 보험상품, 달러 정기예금 등으로 대체투자에 나서는 자산가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들 상품은 예금으로 환산하면 금리 수준이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으로 형성돼 기준금리(3.5%) 수준으로 떨어진 예금 상품에 비해 매력도가 높은 편이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동지점 PB팀장은 “연초부터 상승장이 이어지며 20~30%의 수익률을 낸 이들도 있으나, 미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확장세를 보이면서 노랜딩 시나리오까지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특히 지난해 하락장으로 아직까지 손실구간에 있는 분들도 많아 아직까진 안정적인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 "머니무브라기보다 아직 관망세 수준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라면서 "주식의 비중을 크게 늘리기 보단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나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 정도에 더 관심을 갖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자산시장의 대표격인 부동산 역시 아직은 정중동(靜中動) 상태란 평가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숨통이 트인 분위기지만 아직 ‘집값 반등’ 까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주택시장 침체 요인들의 불확실성이 제거됐지만 여전히 3고(高)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망세를 유지하던 실수요자들의 매수가 일부 이뤄지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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