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104주년 삼일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1908년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인 신문사 '해조신문(海朝新聞)'에 기고한 칼럼을 소개한다. 안 의사는 당시 우리나라가 민족의 화합이 부족해 국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하며 국권 회복을 위해 단합할 것을 강조했다. '인심을 결합하여 국권을 회복하자'는 제목으로 게재됐던 글을 훗날 노산 이은상 선생이 현대어로 옮겼다. 글자수1044자.
대저 사람이 만물보다 귀하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삼강오륜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세상에 처하되 첫째는 몸을 닦고 둘째는 집을 정돈하고 셋째는 나라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몸과 마음을 서로 합하여 생명을 보호하고 집은 부모와 처자에 의해서 유지되고 나라는 국민상하의 단결에 의해서 보존되는 것이어늘 슬프다. 우리나라는 오늘날 이 같이 참담한 경지에 빠졌으니 그 까닭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합하지 못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인 것이다.
이 불화하는 병의 원인은 교만 병이다. 하많은 해독이 교만으로부터 생겨나나니 소위 교만한 무리들은 저보다 나은 자를 시기하고 저보다 약한 자를 업신여기며 동등한 자는 서로 다투어 아랫사람이 안 되려하니 어찌 서로 결합함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교만을 바로잡는 것은 겸손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만일 각각 겸손함을 주장삼아 자기를 낮추고 남을 공경하여 남이 자기를 꾸짖는 것을 달게 받으며 자기가 남을 꾸짖는 것은 너그러이 하고 자기 공을 남에게 양보한다면 사람이 짐승이 아니어늘 어찌 서로 불화할 리가 있겠느냐.
옛날에 어느 나라 임금이 죽을 적에 자식들을 불러 경계해 말하되 "너희들이 만일 내가 죽은 뒤에 형제끼리 마음을 합하지 못하면 쉽게 남의 꺾임이 되려니와 마음을 합하기만 하면 어찌 남들이 꺾을 수 있으리오" 하였었다.
이제 고국 산천을 바라보니 동포들이 원통하게 죽고 죄 없는 조상의 백골마저 깨뜨리는 소리를 참아듣지 못하겠다.
깨어라 연해주(노령)에 계신 동포들아! 본국의 이 소식을 듣지 못했는가. 당신들의 일가친척은 모두 대한 땅에 있고 당신들의 조상의 분묘도 모국산하에 있지 않단 말인가. 뿌리가 마르면 가지 잎새도 마르는 것이니 조상의 같은 피의 족속이 이미 굴욕을 당했으니 내 몸은 장차 어떻게 하리오.
우리 동포들아! 각각 "불화" 두 자를 깨뜨리고 "결합" 두 자를 굳게 지켜 자녀들을 교육하며 청년자제들은 죽기를 결심하고 속히 우리 국권을 회복한 뒤에 태극기를 높이 들고 처자권속과 독립관에 서로모여 일심단체로 육대주가 진동하도록 대한독립만세를 부를 것을 기약하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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