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학생활 아쉽지만"…코로나 풀린 졸업식 가보니

실내·외 마스크 없이도 자연스러운 모습
대학생활 아쉬움 표하는 졸업생들 많아
"후배들 많이 안 와" 바뀐 졸업식 풍경도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군대에 다녀와 2020년도에 복학했는데 코로나19로 작년 초까지 쭉 온라인 수업을 해서 아쉬워요. 1학년 때만 대학생활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졸업만큼은 마스크를 벗고 할 수 있게 됐네요”(17학번 졸업생 최기범씨(24))

16일 오전 9시30분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졸업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학위모를 쓴 사자 동상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16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이날 기온은 영상 2도를 기록했지만, 구름이 많이 낀 탓에 평소보다 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그러나 졸업생들의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학교의 마스코트 사자 동상 앞에는 40명 정도가 사진 촬영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듬성듬성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얼굴을 드러내고 친구의 학사모를 고쳐주는 등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실내에서 진행된 학위수여식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0시40분께부터 교내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공과대학 학위수여식 참여를 위해 1층에 모인 학생들 200명 중 20명 정도만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2층에서 학생들을 보러온 부모님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손짓하자 한 학생은 마스크를 내리고 방긋 웃어 보였다. 이날 학교 측은 학위수여식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강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2층에서 학생들을 보러온 가족들과 친구들은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교내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공과대학 학위수여식에 참여한 학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던 졸업식이었지만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17학번 이수현씨(25·남)는 “군대에서 복학한 후 바로 코로나19라서 활발하게 과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신한별씨(24·여)는 “대학원은 소규모 수업으로 진행돼 대면 수업이 가능했지만 학교 행사에는 많이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17학번 김모씨(27·여)도 후배들과 친목을 다지기도 어렵고 만날 연결고리가 사라진 부분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바뀐 졸업식 풍경에 대한 소회를 남기는 졸업생들도 있었다. 유수영씨(23·여)는 “3학년때부터 비대면으로 학교를 다니게 돼 후배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이 없고, 요즘은 후배들이 졸업식에 와 축하해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같이 졸업하는 친구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운을 입은 단체를 제외하고는 졸업식을 축하하러 온 동아리 모임 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16학번 정모씨(26·남) 역시 “학교에 다니면서 후배들은 거의 못 봤다”며 ”원래 합창동아리여서 많이 모여 연습도 해야 하는데 복학 이후부터는 만나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졸업생들은 저마다 졸업 이후에 대한 우려와 바람을 얘기했다. 정씨는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다가 사회생활을 하려다 보니 방학이 없는 것도 무섭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라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그래도 건강하게 재밌게 지냈으면 한다"고 소망을 말했다. 신씨는 "유학을 가게 되는데 여기서처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밝게 웃었다. 대학원에 간다는 17학번 최모씨(24)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한해 한해가 더 힘들긴 하지만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