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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포커스]'원화약세=수출증가' 틀렸다?…교과서 바뀔 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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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시 자금조달 여건 좋아져 오히려 수출↑

[BOK포커스]'원화약세=수출증가' 틀렸다?…교과서 바뀔 때 됐나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이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회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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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달러 약세(원화 강세)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이 지난 1일 열린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발언이 경계학계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경제학계에서 교과서처럼 받아들였던 '원화 약세=수출 증가'의 공식이 최근 시장에서 더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이를 둘러싼 원인 분석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먼델-플레밍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서는 국제교역에서 미 달러화의 우위가 확대되고 글로벌 밸류체인이 진전되면서 개별 통화의 약세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수출이 주로 미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수출국 환율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입국의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어 수출물량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 미국 이외 국가에서는 통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늘지 못하고, 오히려 수입가격들은 높아져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수입 물량이 전과 비슷한데 달러 강세 상황이 되면, 금액(원화) 기준으로는 수출로 인한 (기업)이익이 늘고, 수입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수요가 줄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현송 BIS 국장은 달러화 우위와 글로벌 밸류체인 강화 상황에서 무역금융 등 운전자금 수요가 많아지는데 미 달러화 강세 즉 기업들의 달러화 자금조달 여건의 악화는 글로벌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수출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국장은 "글로벌 교역의 상당 부분이 달러를 통해 결제되고 달러 흐름이 무역금융과 운전자본에 영향을 미쳐 결국 제조업 수출에 영향을 준다"면서 "강달러일 때 기업의 달러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켜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수출도 감소되지만 달러화가 약세로 꺾이면 자금 조달 여건이 좋아져 수출이 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달러 강세가 운전자본 부담을 증가시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국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미 달러화의 약세 전환, 즉 달러자금 조달여건의 개선은 한국의 수출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OK포커스]'원화약세=수출증가' 틀렸다?…교과서 바뀔 때 됐나

한국의 경우 2022년 가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가고 있었는데도 달러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무역량은 감소했다. 공급망 차질이 심했던 2021년 오히려 한국 수출이 가장 선전했는데 당시 달러 약세 상황이었다. 결국 공급망 차질보다 달러 강세가 우리 수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은에서도 경제학 통념과 상반되는 신 국장의 주장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는(원화 약세) 초반에 무역수지가 오히려 나빠지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좋아진다는 'J커브 효과'가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그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원화 약세=수출 증가' 공식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민좌홍 한은 부총재보는 "현재 달러와 비교해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라며 "수출 경쟁국들의 통화가치도 함께 낮은 상태라 원화 약세의 이점이 크지 않아 과거 이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 경제연구원에서도 기축통화 가격설정 관점에서 원화 약세가 수출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박 원장은 "과거 생각과는 다르게 환율(원화)의 약세가 수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약세의 원인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원자재 수입 비용을 늘리는 부정적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데 반해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긍정적 효과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환율은 무역을 분석할 때 주요 변수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저금리 기조가 고금리 기조로 바뀌는 환경 하에서 과거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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