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분양 1년 새 47→953가구로 치솟아
정비사업 아파트 분양가 5년 새 70% 넘게 ↑
대구·충남·경북·경기, 전국 미분양 절반 차지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기존 집값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데도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고분양가 아파트 분양이 계속 이뤄진다.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희망가격 격차는 결국 미분양으로 이어진다.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지방에서는 기분양 입주 물량이 지난해부터 쏟아지고 있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받쳐주질 못하니 결국 신규 분양에서 미분양이 발생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어 시장 안정화를 유도하고 있음에도 미분양이 쌓이는 이유다.
현실 무시한 고분양가 줄줄이 미분양
작년 1월 47가구에 불과했던 서울 미분양 주택 수가 12월에는 953가구로 치솟았다.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강동구 ‘더샵 파크 솔레이유’, 중랑구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마포구 ‘마포더클래시’, 강북구 ‘한화 포레나 미아’·‘칸타빌 수유 팰리스’ 등 주변 시세보다 1억~2억원(전용면적별)가량 비싼 고분양가 아파트 분양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여파다. 이들 중 몇 곳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면서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미분양이 남아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작년 1월 855가구의 미분양은 12월 7588가구로 급증했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를 비롯해 안양시 호계동 ‘평촌 두산위브 더프라임’ 등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왔던 단지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올해 1월에는 안양시에서 분양한 ‘평촌 센텀퍼스트’는 청약 성적은 참담했다. 평균 경쟁률이 0.30대 1에 불과했다.
이들 미분양 발생 단지 대부분은 조합원 분양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 분양가격이 높을수록 조합원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보니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 일부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돌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급락하면서 미분양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의 자치구별로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분양한 민간 아파트 단지 78곳의 연간 평균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5년 새 분양가가 대폭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최근 분양에 나서며 3.3㎡당 평균 분양가가 3832만원으로 이는 2017년(2244만원) 대비 71% 상승한 것이다. 서울 중구의 지난해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3500만원으로 5년 전(1995만원) 대비 75.5% 올랐다. 서초구의 경우 2021년 래미안 원베일리가 청약 일정에 나서며 그 해 3.3㎡당 평균 분양가가 5652만원을 기록했다.
미분양 넘치는 지방에 또 '물량 폭탄'
지방,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공급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지역별 미분양현황에 따르면 대구(1만3445), 충남(8509가구), 경북(7674가구), 경기(7588가구) 등이 전국 미분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2016년 6893가구, 2017년 2925가구에 머물렀던 신규 분양이 지난 5년간 8만5443가구(2018년 1만6013, 2019년 1만9283, 2020년 2만2599, 2021년 1만8936, 2022년 8612)로 급증했다. 대구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많은데 이들 아파트가 지난 5년간 대거 재개발됐고 공급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와 금리 인상, 경기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실제 대구는 연간 공급 적정 물량이 1만2000가구인 지역인데, 지난해 2만653가구나 들어섰다.
미분양 주택 수 2위를 기록 중인 충남은 지난 5년간 6만6978가구가 분양됐다. 연평균 1만3395가구 분양된 셈인데, 이는 2016년 8160가구, 2017년 7362가구 분양 물량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특히 아산과 천안, 홍성 등에 분양이 집중되면서 이들 지역의 미분양이 집중됐다. 현재 아산 2403가구, 천안 4145가구, 홍성 1362가구 등을 기록 중이다.
경북 지역 역시 지난 5년간 5만4843가구가 분양됐다. 이중 절반가량은 포항과 경주에 몰렸다. 특히 포항의 경우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든 지난해 대거 청약을 진행하면서 미분양이 급증했다. 지난해 경북 전체 청약 단지가 19곳이었는데, 포항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9곳이 청약에 나섰다. 경북 지역 미분양 7674가구 중 59%(4546가구)가 포항에서 발생했다. 경주는 1474가구가 미분양 물량이다.
경기도의 경우 대체로 미분양이 넓게 포진된 가운데 분양 이슈가 많았던 안성(1239가구), 양주(1094), 평택(1684가구) 등에서 높은 미분양 수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올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급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2만653가구가 들어선 대구에서는 올해 3만6059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입주 물량이 74.59%(1만5406가구)가 늘어난다.
충남은 올해 2만6701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2만4810가구에서 7.62%(1891가구)가 늘어난다. 경북은 1만1231가구의 입주 공급 물량이 예정돼 있으며, 경기도는 11만369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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