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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주취자 대응 논란…구멍 뚫린 韓직무집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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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주취자 신고 최대 80~100건
미국·영국·호주 주취자 보호 강화

경찰 주취자 대응 논란…구멍 뚫린 韓직무집행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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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공병선 기자] 최근 경찰의 주취자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법적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경찰이 주취자를 유치장 또는 보호 센터 등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내 유흥업소나 식당이 밀집한 지역의 일부 경찰서에서 주취자 신고는 평일 기준 하루 평균 25~30건을 차지한다. 주말에는 최대 80~100건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평일에는 100건 중 30건 정도는 주취자 관련 신고"라며 "'술을 먹은 사람이 길가에 쓰러져 있다', '술에 취해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는다'는 내용의 신고"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서울 지역 취객 관련 신고 건수는 3만건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최근 들어 주취자 신고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주취자 보호와 관련된 경찰관의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경찰 직무집행법 제4조(보호조치)를 보면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땐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 요청을 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도록 한다. 명확한 개념 설명이 없는 데다 결과론적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땐 현장 경찰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경찰들은 ▲보호 조치를 받을 대상 판단 여부 ▲우려에 대한 해석 ▲사후 미래 위험 예측 등에 대한 판단이 특히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 일선서 112에 근무하는 경찰은 "보호조치를 받을 대상인지를 오롯이 현장 경찰의 판단에 맡긴다"면서 "정신이 멀쩡하다고 하거나 집에 갈 수 있다고 하면 철수하기도 하는데 결과론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 경찰 책임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지구대의 한 팀장은 "위해를 끼칠 우려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라며 "명확히 어떤 조치가 보호조치로 해석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부실 대응으로 경찰이 줄줄이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술에 취해 골목에 누워있던 50대 남성을 방치해 승합차에 치여 숨지게 한 경찰관 2명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술 취한 남성을 집 앞에 데려다줬으나 추운 날씨에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는 주취자 대응 관리 체계가 명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경찰의 주취자 보호 및 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미국은 주취자 처리를 경찰과 응급구조팀이 나눠서 담당한다. 단순 주취자는 본인 동의하에 경찰서, 공공치료시설, 주취자 자택 등으로 후송하도록 한다. 만취자에 한해서는 48시간 이내 유치 및 공공치료시설 후송 후 치료까지 돕도록 한다. 영국은 경찰, 소방, 구급대 등이 주취자 대응을 하고 있으며 대체로 의료기관으로 후송하나 범죄 관련 주취자의 경우엔 체포해 구금토록 한다. 호주도 유치장, 공공치료시설, 주취해소센터 등에 주취자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잇따른 주취자 대응 사고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서울 동대문구 휘경파출소를 방문해 주취자 보호조치 과정에서 있었던 사고에 대해 죄송하다며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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