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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인간은 왜 '사랑'없이 결혼하고 애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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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인간과 비슷한 프레리들쥐 연구
"짝짓기·양육, 호르몬 외 복잡한 메커니즘 작용하는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 때 뜨겁게 사랑해 결혼해도 곧 '쇼윈도 부부'가 된다. 그래도 헤어지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가족을 꾸려간다. 단순한 책임감일까? 인간의 이같은 행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과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동물 행동 실험을 실시했다. 인간과 비슷한 일부일처-새끼 양육 등 사회적 애착 관계로 유명한 프레리들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더 이상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프레리들쥐들은 여전히 비슷한 애착 행태를 보였다. 동물의 짝짓기 및 양육 행태에는 단순히 호르몬으로 느끼는 '사랑' 만이 아니라 복잡한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지난달 27일 이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CRISPR) 기술을 이용해 북미 초원에 주로 서식하는 프레리들쥐(Prairie vole)의 유전자를 조작해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감지할 수 있는 옥시토신 수용체를 제거했다.


[과학을읽다]인간은 왜 '사랑'없이 결혼하고 애를 낳을까?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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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리들쥐는 평생 일부일처를 유지하며 남의 새끼를 우리에 넣어도 잘 돌볼 정도로 헌신적인 가족 관계 행동을 보인다. 인간과 유사하게 사회적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몇몇 안 되는 포유류다. 이에 과학자들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연구에 프레리들쥐 연구 결과를 활용해 왔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프레리들쥐의 유별난 가족애가 '옥시토신의 작용 때문이라고 여겨왔다. 실제 프레리들쥐의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다른 설치류의 뇌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월등히 많다. 또 프레리들쥐의 옥시토신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약물을 주입해 옥시토신 수용체를 차단했더니 가족애적 행태가 중단됐다. 심지어 다른 설치류인 생쥐들의 경우 옥시토신이 부족한 어미 생쥐들은 출산한 새끼에게 젖을 먹이지 않아 굶어 죽게 만들기었다. 사람의 경우에도 옥시토신 분비가 사회적 관계가 활발할 수록 늘어나며, 출산을 위한 자궁 수축ㆍ모유 생산 등 가족 관계ㆍ생식과 긴밀한 연결 고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과학자들은 프레리들쥐의 뇌에서 옥시토신 수용체를 아예 제거할 경우에도 차단 때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된 프레리들쥐들은 옥시토신을 더 이상 감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일처와 새끼 양육 등 친가족적 행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미 프레리들쥐들은 젖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젖꼭지로 새끼에게 젖을 물렸다. 사회적 애착 관계에 작용하는 또 다른 호르몬(바소프레신)이 옥시토신을 대신해 더 많이 분비됐다는 증거도 없었다.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을 자폐증과 같은 인간의 사회적 애착 관계 결핍 관련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온 만큼 이같은 연구 결과에 당혹해 하고 있다.


연구팀은 옥시토신 수용체 외에도 동물의 행태에는 복잡한 다른 기전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같은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데바난드 마놀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일부일처 및 가족 돌봄 등의 행동들이) 단 하나의 단백질(옥시토신 수용체)의 부재에 탄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이치에 맞다"면서 "애착의 연결은 매우 중요하며 오히려 단 하나의 연결 고리만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시토신 수용체의 상실을 부분적으로 보완해주는 다른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도 있다. 기존 프레리들쥐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존재해 갑작스럽게 옥시토신 수용체의 기능이 상실됐을 때 작동한 반면, 유전자 조작 프레리들쥐들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옥시토신 수용체가 없어 이런 보완 메커니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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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의 역할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니라오 샤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옥시토신을) 우리가 정말로 '사랑 호르몬'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게 맞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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