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중국인 엔지니어 간첩 혐의로 8년형
군에서 스파이 활동…'포섭 대상자' 정보 넘겨
"美 시민권 얻어 CIA·NASA 취업하겠다"
미군에 자원 입대한 중국인 엔지니어가 스파이 활동을 하다 적발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간첩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중국 국적의 지차오쿤(31)에 이 같은 형량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 씨는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지시를 받고 방산업체 등에서 일하는 미국 국적 화교 엔지니어들의 신상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8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첩보활동 협의로 체포됐다.
중국 태생의 지 씨는 2013년 8월 전기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학생 비자로 미국에 건너와 2015년 시카고 일리노이공과대학(I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6년 미군의 매브니(MAVNI) 프로그램을 통해 미 육군 연방예비군에 자원 입대해 근무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익에 중요한 기술이라고 판단되면 외국인도 군에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중국 요원에 "군인 신분증만 있으면 항공모함 사진 찍을 수 있어"
지 씨는 군 복무 중 MSS 산하 장쑤성 국가안전보위부의 부국장인 쉬옌쥔의 지령을 받아 중국 스파이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항공우주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중국 또는 대만 출신 미국인 8명의 신상 정보를 넘겼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지 씨의 활동은 미국에서 개발 중인 고급 항공 우주 및 위성 기술에 접근하기 위한 장쑤성 차원의 노력"이라고 밝혔다.
지씨는 군 입대를 위한 인터뷰에서 "과거 7년간 해외 정부와 접촉한 일이 없다"고 거짓 진술을 한 혐의도 받는다.
중국 측 요원에게는 "군인 신분증만 있으면 루즈벨트급 항공모함의 실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향후 미국 시민권과 보안 허가증을 얻으면 미 중앙정보부(CIA), FBI, 항공우주국(NASA) 등에 취업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관에서 과학 기술이 포함된 데이터에 접속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 씨에게 활동을 지시한 쉬옌쥔은 2018년 미국의 주요 항공사와 항공 관련 기업들로부터 무역 비밀 및 각종 기밀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벨기에에서 체포된 직후 미국으로 송환돼 지난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 법무부는 당시 "무역 비밀을 비롯한 각종 기밀을 빼돌린 것 외에도 해당 기업 내 전문가들을 채용해 중국으로 건너오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며 "대학 강연 요청 등의 방식을 빌어 항공 전문가들을 중국으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MSS는 미국의 CIA처럼 중요한 정보 수집 및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의 정보 및 보안기관으로, 쉬옌쥔은 해외정보와 방첩 임무를 담당했던 고위 관료다. 그는 제3국에서 산업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미국으로 인도된 첫 사례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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