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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18년만의 위폐 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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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2004년 여름, 중국 베이징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친지와 학교 선배들로부터 많은 충고를 들었다. "밤 늦게 돌아다니지 말아라", "인파가 많은 곳에서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메라"와 같은 ‘보안형’부터 "길에서 음식 사먹지 말아라", "물건을 살 때는 부르는 값의 반 값을 되불러라" 등의 ‘생활형’까지. 혈기왕성한 대학생은 대부분의 얘기를 흘려들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기억해 따랐다. 바로 항상 위조지폐를 조심하라는 것.


출국 전 미리 위안화를 태양빛에 비춰보고, 손톱으로 긁어보고, 각도를 틀어보며 나름의 노하우를 익혔다. 아니나 다를까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동안 적어도 한 달에 두어번은 택시나 식당에서 가짜 돈을 받았고, 이를 그 자리에서 즉시 문제 삼아야만 제대로 된 지폐로 교환할 수 있었다. 중국 국영인 중국은행(BoC)에서도 가짜 돈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얘기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괴담처럼 전해졌다.


[베이징 다이어리] 18년만의 위폐 감별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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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이 지나 지난해 여름, 특파원 근무를 위해 베이징을 다시 찾았을 때 가장 크게 변화를 느낀 것 역시 이 ‘돈’이었다. 신용카드 시대를 건너뛰다시피 한 중국은 알리페이(쯔푸바오)나 위챗페이(웨이신쯔푸) 같은 모바일 결제가 거의 모든 지불 시장을 대체한 지 오래다. 본인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만 앱에 연결하면, 모든 마트와 식당은 물론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QR코드를 읽는 방식으로 값을 지불할 수 있다. 식당에는 테이블 마다 고유의 QR코드가 붙어있고, 이것을 스캔하면 앉은 자리에서 사진을 보며 편하게 천천히 음식을 고를 수 있으며 계산도 가능하다. 가짜돈과의 신경전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보다도 편리한 지불 시스템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중국에서 종이 돈을 만난 것은 6개월 만, 중국 산시성의 시안에서였다.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도착한 셴양 국제공항에서 역시나 모바일 결제를 이용해 자판기에서 빙홍차(중국 아이스티) 한 병을 뽑아 가려는데, 중후한 중국 남성이 다가와 앱이 제대로 안된다며 대신 결제를 좀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금액도 작았고(4위안, 약 730원), 그 자리에서 소액권 지폐를 꺼내주기에 흔쾌히 그러마 하고 승낙했다. 의심할 것도, 께름칙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시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진시황 빙마용(兵馬俑)에서는 꽤 큰 액수의 지폐를 손에 쥐게됐다. 한국어 가이드를 빌리면서 ‘야진(押金)’이라 불리는 일종의 보증금 200위안을 지불했는데, 기기를 반납하자 이를 현금으로 되받은 것이다. 워낙 사람도 많았고 정신없었던 터라 그대로 지갑에 넣었다가, 여행이 모두 끝나고 베이징에 돌아온 뒤에야 이 돈이 떠올랐다.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분홍 빛 지폐 두 장을 꺼내 과거의 경험으로 살펴본 결과, 위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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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의 ‘감별 작업’ 후, 중국에서 반 년 가까이 일 한 나조차 중국의 화폐 사용 변화에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비롯해 화폐 시장에서 자국의 역량과 영향력을 개선시키는 데에 어느때보다 진심이다. 춘제와 같은 명절이나 경사가 있을 때에 전하는 홍빠오(紅包·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것)까지도 디지털화됐을 정도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내 손안의 지폐가 위폐인지 여부가 아니라, 이들이 노리는 ‘디지털화폐 강국’이란 목표와 그 과정에서 벌어질 국제 금융질서 재편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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