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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기요금 54만원"…스페인 서민층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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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후 에너지값 급등
전기요금 급등에 COPD 환자들 재정난 악화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스페인 서민층의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제구호 개발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스페인 소득 10분위 가운데 중산층에 해당하는 4분위 가구 중 지난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에너지 비용에 지출한 가구가 전체의 4%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옥스팜 조사를 보면 에너지 대란 전 10가구 중 5가구가 저축을 했다면, 위기 이후에는 10가구 중 3가구만이 저축이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달 전기요금 54만원"…스페인 서민층 비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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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신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호세 마리아 카시야스의 사연을 소개했다.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은퇴한 카시야스 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면서 연금과 장애 수당으로 매달 2700유로(약 360만원)를 수령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그는 하루에 최대 24시간 가정용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데,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청구서 때문에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한달 전기요금만 300~400유로(약 40만~54만원)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전에 지출했던 비용보다 3배나 늘었다. 카시야스 씨는 "이는 다른 모든 지출을 제한한다"며 "다른 것을 위한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카시야스 씨처럼 COPD를 앓고 있는 환자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서민이나 빈곤층은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우려된다. 자선단체인 '천식·폐 UK'가 폐질환을 앓고 있는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국인 5명 중 1명은 생활물가 급등으로 의약품, 난방, 식료품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전기요금은 크게 뛰었다. 한국전력 등 국내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2022년 6월 전기요금 인상률은 영국이 89%, 스페인이 45%, 프랑스가 25.6%에 달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106.9%나 치솟았다. 특히 서민과 저소득층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럽 각국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보조금 지원에 나섰다.



스페인에선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환자들을 위한 전기요금 보조금을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COPD 환자들 같은 경우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생존의 문제인 먹을 것이냐(eating), 숨쉴 것이냐(breathing)를 놓고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득에 관계없이 에너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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