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옛 소련권 국가 정상 8명에 반지선물…"반지의 제왕" 의식했나

독립국가연합 정상들에 반지 나눠줘
반지의 제왕 등장 절대악 '사우론'에 비견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권 국가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나눠준 반지의 모습.[이미지출처=트위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말을 맞아 옛 소련권 친러국가들인 독립국가연합(CIS)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금반지를 나눠준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을 패러디한 것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6일부터 27일까지 열린 CIS 국가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에서 금반지를 선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는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해당 반지에는 '러시아'와 '해피뉴이어 2023' 등 문구가 새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8개의 반지를 나눠준 뒤, 마지막 9번째 반지는 본인이 간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친러국가들의 결속을 다지고 우애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반지 선물 행보에 각국 정치 평론가들은 노골적으로 조롱을 쏟아냈다. 특히 반지의 제왕을 패러디한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영화로도 개봉됐던 반지의 제왕에는 절대악 '사우론'이 등장하는데 그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인간의 왕들에게 자신의 탐욕이 담긴 반지 9개를 나눠주고 노예로 삼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예카테리나 슐만은 "푸틴 대통령이 반지를 나눠준 것은 '반지의 제왕'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면서 "반지가 푸틴 대통령의 '헛된 꿈'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러시아 정치 평론가 율리아 라티니나는 "개전 후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힘이 아닌 '무기력(powerlessness)의 반지'를 나눠줬다"며 "이 반지를 끼는 지도자의 국가는 미치광이가 다스리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조롱했다.

우크라이나도 비판에 가세했다.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푸틴은 21세기 히틀러가 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반지의 제왕을 연기하기로 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이러한 비판을 정면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반지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저 새해 선물일 뿐"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9번째 반지를 끼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