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달러 유동성 축소시 국내 외화자금 조달 악화"

달러 유동성 축소, 신흥국 자금 유입 감소시켜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긴축으로 달러 유동성이 더욱 안 좋아질 경우 국내 외화자금 조달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미 Fed 통화정책 긴축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글로벌 미 달러화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통화량(M2)과 Fed 대차대조표(B/S)가 감소한 가운데, 미국 외 지역에서 정부, 기업, 비은행금융회사 등 비은행 차주가 조달한 달러화 자금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미국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달러화 공급이 줄어들면서 미 국채시장에서도 유동성 상황이 악화하는 중이다. 이는 Fed의 양적 긴축 실시로 기조적 국채 매수세가 줄어든 데다 정책금리 인상 지속 전망 등으로 주요 투자 주체의 국채 매도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요기반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화 수요 급증 등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은행의 보유 국채를 활용한 달러 자금 중개 기능이 저하되고, 이는 역외 부문의 달러 자금 조달 시장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 들어서는 글로벌 은행의 국가 간 달러화 신용공급도 유럽 은행을 중심으로 감소 전환했다. 달러화 신용공급 축소로 달러화 표시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진 상황에서 달러화 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되면 유럽은행의 달러화 유동성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달러 유동성 축소는 신흥국에 대한 자금 유입을 감소시키거나 자금 유출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유동성은 은행부문의 경우 국내은행의 대외차입과 외은지점의 대외차입, 국내채권 투자와 연계된 해외은행의 스왑자금 공급 등의 경로로 국내 유입되고, 비은행부문의 경우 주로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유입된다.

한은은 현재까지 은행·비은행 부문을 통한 국내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부문은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대외차입이 대체로 증가했으며, 높은 대외신인도를 배경으로 양호한 대외차입여건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비은행 부문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증권 순발행 기조가 지속됐으나, 강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이슈 등의 영향으로 일부 기업의 외화채권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발행여건이 악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한은은 "향후 미 Fed의 양적 긴축 지속과 함께 글로벌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외화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