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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제발 좀 빠져라’ … 선수 괴롭히는 도 넘는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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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전 패배 후 일부 네티즌 손흥민 SNS에서 막말
일부 유명 스타·선수, 팬들 비방에 시달리다 목숨 끊기도
근거 없는 비방·악플 모욕죄로 적용 가능 …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

‘손흥민 제발 좀 빠져라’ … 선수 괴롭히는 도 넘는 악플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한 한국의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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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축구에 집중해라!" "골 넣기 싫으냐!" "국대에서 다시는 보지 말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 훗스퍼)을 향한 선 넘은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플과 관련해 정당한 의견 개진이 아닌 일종의 혐오 표현이며,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FIFA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월드컵 기간 중 SNS를 통해 특정 선수들에게 비난을 쏟아낼 경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활약했지만 팀은 2-3으로 패해 16강 탈락 위기를 맞게 됐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후 "응원해주신 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손흥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플을 쏟아냈다. 경기에 뛰지 말라는 비난부터, 주장이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오재원 전 두산베어스 주장이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네티즌들의 악플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죽을래 진짜?"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를 향한 악플 문제는 사회적으로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악플에 시달리던 가수 설리는 2019년 10월 경기도 성남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악플 근절을 위해 2020년 8월 포털사이트 연예·스포츠 기사 댓글창이 폐쇄됐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가 무차별 비난을 하는 등 악플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8월 배구 선수 김인혁은 "10년 넘게 들었던 오해들, 무시가 답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지쳐요. 수년 동안 절 괴롭혀온 악플들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라고 호소했다. 결국 그는 지난 2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궁대표팀 안산의 경우 지난해 8월 혼성 단체전과 이튿날 여자 단체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 선수의 SNS를 찾아가 악플을 쏟아냈다. 남초 성향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짧은 머리와 여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안산을 페미니스트로 몰아세웠다. 안산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적이 없다.


근거 없는 비방이나 악플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형량은 기소유예나 가벼운 벌금형 등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로 구속된 인원은 고작 43명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9년 국회에서는 이른바 '악플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됐다. 또 21대 국회에서도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악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후속 논의는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악플 처벌을 강화하고 댓글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관련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난 2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치된 혐오 : 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혐오 표현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불평등이 심화하며 누적된 불만과 절망이 온라인 폭력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최근 일본도 헤이트스피치 금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우리나라도 깨진 유리창처럼 방치되고 있는 혐오를 입법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특임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양상이 명예훼손·따돌림 등으로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악순환을 멈출 핵심은 결국 플랫폼 사업자에게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유해 게시물에 대한 적극적인 삭제, 경제적 이익 중단 정책 마련 등 자율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SNS로 축구선수에 악플을 달면 처벌받을 수 있다. FIFA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지난 17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SNS 계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혐오 표현 등을 신고하는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미치는 정신적 악영향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FIFPRO의 다비드 아간조 회장은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이 폭력에 직면하는 것을 막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기간 SNS에서 선수들을 향한 모욕적 발언을 발견하면 해당 SNS 플랫폼 회사와 경찰 등에 알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악플을 쓴 이용자는 즉시 차단 조치하고 선수 또는 팀과 격리한다. 악플러는 해당 SNS 이용에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FIFA의 고발 조치로 비방, 모욕적 댓글은 쓴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질 지는 미지수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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