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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자녀 4명 살해' 호주 최악 연쇄살인마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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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법원, 14일부터 재조사 청문회 개최
과학자들 "유전적 돌연변이에 따른 돌연사 가능성" 추정

[과학을읽다]'자녀 4명 살해' 호주 최악 연쇄살인마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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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40년 형을 선고받은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 살인마. 그런데 과학자들이 그녀의 무죄를 주장하며 20년 만에 재심이 열린다. 유전적 돌연변이에 따른 돌연사일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가 받아들여져 그녀가 석방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간다. 호주 싱글톤에 살던 캐슬린 폴비그는 따뜻한 봄 어느날 18개월 된 딸을 깨우려다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안색이 창백하고 흔들어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급히 응급차를 불렀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구조대에 "우리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절규했다. 그런데 폴비그가 아이를 잃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세 명의 아이들이 유아돌연사증후군(SIDS)으로 목숨을 잃은 뒤였다.


그날 밤 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뉴사우스웨일스 법의학연구소 의사는 아이에게서 아무런 상처나 약물, 마약, 알코올 등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다만 심장에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길 수도 있는 약간의 염증만 발견됐다. 부검의가 주목한 것은 한 가족의 4명의 아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죽어 나갔다는 사실이었다. 부검의는 "가족 내 다중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폴비그는 재판에 넘겨졌고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배심원들은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한 가정 내에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죽음이 연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정황 증거에 치중했다. 폴비그의 남편이 제출한 그녀의 일기장에 넷째를 임신한 후 살해 시도를 암시하는 듯한 글이 쓰여 있기도 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한 후 보육원을 전전한 과거도 발목을 잡았다. 기소한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번개가 같은 사람에게 네 번이나 치는 일은 없다"고 설득했다. 그녀는 결국 징역 40년 형을 선고받고 '호주에서 최악의 여성 연쇄 살인마'라는 악명을 얻고 말았다.


그런데 2018년 일군의 과학자들이 그녀와 사망한 아이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무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돌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2019년 1차 사법 조사가 실시됐지만 유죄 결론을 뒤엎진 못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그녀의 유전자에서 찾아낸 칼모듈린2(CALM2)라고 불리는 유전적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보통 인간은 3개의 칼모듈린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칼슘을 흡수하고 세포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해 심장 수축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드물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심장 질환을 앓을 수 있으며 돌연사도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아이들이 남긴 유전자들도 모두 찾아내 분석했다. CALM2 외에도 몇 가지 심장마비 등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희귀한 유전적 돌연변이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의 결론이 정교하지 못하고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사망 원인 가능성에 이견이 표출됐다.


그러나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가 정교해지고 일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20년 11월 이들 모녀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숨진 어린이들의 유전적 변이가 치명적인 심장 부정맥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국제 학술지 'EP Europace'에 게재될 정도였다. 지난해 초 호주학술원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존 샤인 호주학술원장과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비롯한 90여 명의 과학자들은 폴비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호주 지방법원은 오는 14일부터 2차 사법 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호주학술원이 공식 과학 자문 기구로서 조사관들에게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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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에 대해 "이번 청문회는 호주학술원이 독립적 과학 자문 기구로서의 역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직 까지 조사의 결론이 나오려면 몇 달이 남았지만 유전학자들이 폴비그의 딸들의 죽음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를 석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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