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저축은행 대출태도 -39
통계 기록 시작한 이래 최저 기록
최고금리 규제로 가계대출 어려워
리스크 커진 PF는 취급하기 부담
돈 필요한 차주들 자금경색 우려 ↑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저축은행의 대출태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최고금리 규제로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깐깐한 자세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2금융권에서 돈 풀기를 주저할수록 차주의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한국은행 ‘금융기관대출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저축은행의 대출태도는 -39다. 올 초 -18에서 21만큼 떨어졌다. 2013년 4분기 통계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다. 코로나19와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있었던 2020년과 지난해에도 대출태도는 -20 안팎이었다.
대출태도란 금융기관이 얼마나 대출에 적극적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대출승인 정도를 완화하고 영업에 적극 나서면 높아지고, 대출을 까다롭게 관리할수록 낮아진다. 각 금융사에 설문을 보내 작성하기 때문에 대출영업에 대한 업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저축은행 대출태도는 전 금융권에서 가장 낮다.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기업대출 부문에서만 -6을 기록했을 뿐 가계신용대출(19)이나 주택대출(14)은 적극적이다. 대출태도가 마이너스인 상호금융조합도 -28이고 카드회사가 -13, 생명보험회사는 -12 정도다.
규제로 대출금리 못 올리는데, PF 대출 리스크까지 ↑
저축은행이 돈 빌려주기를 꺼리는 배경에는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5회 연속 인상을 단행하면서 10년 만에 3%대에 접어들었다. 저축은행도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최고금리 ‘20% 룰’에 발목이 붙잡혔다. 이미 저신용자 대출금리가 20%에 육박해서다. 리스크와 자금조달비용,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돈을 빌려줄 수가 없다는 게 저축은행 입장이다.
값싸게 자금을 조달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여의치 않다. 저축은행은 규제 상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고객의 예·적금에서 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은행들보다 높은 수신금리가 필수지만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전일 시중은행에서 가장 높은 정기예금 금리는 4.95%(12개월 만기)로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 5.15%와 불과 0.2%포인트 차다. 대출영업이 곤란하다 보니 수신금리를 올리지 못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낮다
대표적인 수익창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나서기도 어렵다. 금리와 환율이 오르면서 건설사업의 리스크가 커지자, 주요 은행들이 PF대출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건설사업의 자금조달은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먼저 자금을 조달하고(브릿지론), 사업이 진척되면 은행의 저금리 PF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은행에서 PF대출을 내주지 않으면 사업이 좌초되기 때문에, 현재 기조에서는 PF에 돈을 쓰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관리기조도 한몫했다. 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의 PF대출은 2조8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8908억원(46.6%) 급증했다. 빠른 증가세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PF대출 사업장 1174곳을 점검했는데 ‘요주의’ 사업장에 나간 돈만 2조가 넘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저축은행장들에게 "PF 사업장의 공사 중단과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저축은행 ‘돈맥경화’ 현상은 결국 자금이 필요한 차주에 피해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최고금리 규제로 어렵고, PF는 잘못 취급했다 금융당국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며 "이래저래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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