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창의재단, 최근 9개 과목 선발 지원자 수 대폭 줄어들어
2014년 대입 미반영 이후 꾸준히 감소
코로나19 팬데믹·영재 교육 변화도 영향
2018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개회식.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관련이 없음.
국제과학올림피아드를 석권했던 한국 영재들이 급감하고 있다. 2014년 대학 입시 자기소개서에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등 학외 수상 실적을 쓸 수 없게 되면서부터다.
13일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수학, 물리, 화학 등 총 9개 종목의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출전 선수 선발 과정에 지원하는 고등학생들의 숫자가 최근 몇 년 새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화학 과목의 경우 2014년 이전만 해도 600~700명에 이르렀지만, 대입 반영 금지 조치 후 2015년 393명, 2020년에는 129명에 그쳤다. 이에 선수 선발을 주관하는 대한화학회가 교육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 모두를 온라인으로 일정 기간 교육을 한 후 교육생을 선발해 선수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수학 과목도 마찬가지다. 2011년 924명이었던 지원자 수는 대학 입시에 수상 실적을 쓸 수 없게 된 2014년 698명 등 줄어들다가 지난해 240명까지 감소했다. 물리 역시 2011년 648명, 2012년 772명, 2016년 861명 등 매년 600~800명대의 지원자가 있었지만 2019년 629명으로 줄어들더니 2020년 474명, 지난해 343명 등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생물도 2010년대 300~400명대였지만 지난해 190명 등 절반 가까이 줄었고, 지구과학도 300~500명대에서 지난해 189명, 물리 토너먼트도 2011년 460명에서 지난해 139명으로 대폭 줄었다. 정보, 천문학, 중등과학 등 나머지 과목도 최근에는 지원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재단 측은 대입 학생부 미반영ㆍ영재 교육 정책 변화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 해외 대회 참여ㆍ외국 학생과의 경쟁이라는 메리트가 사라져 참가 신청이 줄어들었다. 입시 성적에 반영이 안 되면서 소수의 '마니아' 중심으로 전환됐고, 지난 정부에서 영재 교육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소수 정예 육성으로 비춰지는 국제과학올림피아드가 경원시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과목의 경우 2019년 이후 팬데믹으로 각 종목 대회 개최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가 나중에 대거 온라인으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지원자 수가 급감하며 매년 4~5개 과목에서 단체 우승을 차지하는 등 과학올림피아드를 ‘석권’했던 우리나라 성적이 위태롭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9개 종목에서 한 곳도 단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15년 이후 2018년, 2020년에 이어 3번째 ‘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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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재단 과기인재양성팀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지원자 급감에 따라 각 학회와 상의해 선수 선발에 대한 접근 기회를 넓히고 (화학회처럼) 선교육 과정을 늘리는 한편 학생부 기재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면서 "단체 1위 숫자는 적어졌지만, 대회 자체가 개인 경쟁이기 때문에 금메달 숫자 등을 고려하면 아직 전체적으로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수 개인별로 편차가 좀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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