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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지애 “‘이기는 법’ 익숙한 한국 골프, 윤이나 사건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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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 '레전드' 신지애 "일본 신인 선수들 놀라워"
"윤이나 사태 유감"…한국 골프 신인 '사회적 교육' 늘려야
남은 목표 '옳은 방향' 제시하는 선수 되는 것

[인터뷰] 신지애 “‘이기는 법’ 익숙한 한국 골프, 윤이나 사건 돌아봐야” 신지애 [사진제공=신지애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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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실력만 좋다고 ‘프로’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인품과 품위도 갖추고 있어야죠." 최근 윤이나 선수 사건에 대한 신지애(34) 선수의 단호한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골프선수 육성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했다. "어린 선수들이 그 나이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이런 기회 없이 사회와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다 보니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신지애는 현역 한국 여자 골프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불과 17세인 2005년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화려하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그가 지금까지 전 세계 주요 대회에서 거둔 우승 횟수는 60승. 이렇다 할 비교 대상조차 없는 ‘지존’이다.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고, 2008년엔 세계 4대 투어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를 한 해에 모두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선수로는 더 이룰 게 없어 보이는 그녀지만, 여전히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아시아경제와 일본 현지에서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신지애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의 무대를 모두 밟아본 경험으로 마지막까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녀는 국내 선수 최초로 한·미·일 3개 여자프로골프투어 상금왕이라는 새 타이틀에 도전 중이다.


급변하는 JLPGA…“어린 선수들 성장 놀라워”
[인터뷰] 신지애 “‘이기는 법’ 익숙한 한국 골프, 윤이나 사건 돌아봐야” 신지애 [사진제공=신지애 선수]


기량이 절정이던 2014년, 그는 돌연 주 무대를 JLPGA로 옮겼다. 그해 4승, 이듬해 3승을 거머쥐며 JLPGA 무대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증명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엔 지금처럼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젊은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는 그는 9년이 흐른 지금 JLPGA 역시 눈에 띄게 변했다고 평가했다. 2000년을 전후해 태어난 이른바 '황금세대'가 일본 국내는 물론 LPGA에 진출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JLPGA의 어린 선수들을 보면 놀라워요. 올 시즌에 첫 승을 기록한 선수만 9명이에요. 과거엔 상위권과 하위권의 차이가 뚜렷했지만, 최근엔 전체적으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고 선수층도 두꺼워졌다는 걸 느껴요.”


실제로 최근 LPGA에서 일본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지난달 트러스트 골프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후루에 아야카(22)가 대표적이다. 카츠 미나미(24), 사이고 마오(21) 등도 주목받는 선수들이다. 최근에 끝난 JLPGA 챔피언십 코니카 미놀타컵의 우승자 역시 이제 갓 19살인 가와사키 하루카였다.


최근 한국 선수들이 JLPGA 무대에서 부진한 것도 젊은 일본 선수들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2015년~2016년 무려 34승을 합작했던 한국 여자 선수들이 2020년~2021년 2년간 JLPGA 투어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4승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건 이 4승이 모두 신지애 혼자 거둔 성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일본 여자 골프의 성장세의 배경으로 한국과 비슷한 시스템을 꼽았다. 일본에도 어린 시절부터 골프에만 매진하는 어린 선수들과 이들을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하는 부모가 생겨났다고. “옛날엔 '골프대디' 하면 자연스레 한국 여자 선수들의 부모님을 떠올렸어요. 이제 그렇지 않아요. 일본에도 열성적으로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부모가 늘고 있어요.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기는 골프’ 익숙한 한국 “사회적 교육 기회 늘려야”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신지애는 일찍이 승부사가 됐다. 평탄하지 않은 환경에서 골프를 배운 탓일까.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누구보다 강했다. 연습장 앞 20층 아파트를 매일 7번씩 오르내리고 연습장 모래더미를 아이언으로 20번씩 내리치는 특훈이 이어졌다. 작은 손은 울퉁불퉁하고 단단해졌다. 그래도 ‘못한다’는 말 한번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혹독한 훈련이 자신을 정상급 선수로 만들어줬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진정한 의미의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선 실력에 걸맞은 품위와 인식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 선수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세계에 내몰리고 이기기 위한 법을 배워요. 그런 훈련 방식이 나쁘다고 할 순 없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도 본인의 실력을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거든요."


그렇기에 올해 한국 골프계를 뒤흔든 윤이나 선수의 '오구 플레이 사건'은 신지애 선수도 안타깝다고 했다. 선수 개인뿐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어린 선수들이 그 나이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들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법, 기본적인 도덕에 대한 교육 등이죠. 이런 기회 없이 사회와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다 보니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프로’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Professional)는 직역하면 전문가예요. 한 분야의 전문가는 그저 실력만 좋다고 얻을 수 있는 호칭은 아니라고 봅니다. 골프만 잘 치는 것이 아닌 훌륭한 인품과 품위도 갖추고 있어야죠."


대안으로는 LPGA의 '루키 캠프'를 제시했다. “코로나로 인해 3년간 진행되지 않았지만, LPGA는 연말에 하는 신인 세미나와 별개로 ‘루키캠프’라는 걸 개최합니다. 이듬해 데뷔할 신인선수들이 대회 진행요원, 청소부, 교육생, 코스관리자 등으로 직접 경기장 뒤편을 체험하도록 해요.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경험치가 쌓입니다. 제겐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옳은 방향’ 고민하는 골프 선수 되는 게 마지막 목표
[인터뷰] 신지애 “‘이기는 법’ 익숙한 한국 골프, 윤이나 사건 돌아봐야” 신지애 [사진제공=신지애 선수]


한국 골프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녀지만, 남은 목표도 있다. ‘골프 잘하는 선수’도 좋지만, 후배들에게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전 운이 좋게도 주변에 있는 좋은 분들의 가르침으로 이 자리까지 왔어요. 골프 선수로서 배워야 할 기술 말고도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배워야 할 예의와 도덕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셨죠. 장기적으로 한 선수가 ‘롱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골프계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지금껏 셀 수 없이 많은 공을 쳤을 그녀에게 골프가 조금은 편해졌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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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넘게 쳤지만, 여전히 어려워요. 핀을 향하고 싶은 욕심, 내면의 불안감, 흔들리는 마음. 이 모든 걸 절제하고 인내해야 온전히 내 플레이를 만들 수 있어요. 오히려 골프를 하면 할수록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배워요. 늘 속을 썩이지만, 그래도 골프가 좋아요. 골프만큼 절 열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건 없거든요.”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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