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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韓 D램 꽃 피운 주역들…1세대부터 3세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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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부터 김기남…삼성전자 DS부문 D램 사업부 주역들

[칩톡]韓 D램 꽃 피운 주역들…1세대부터 3세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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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한국 D램 역사의 주역들은 곧 삼성전자 DS부문 D램 사업부 주역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故)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의 혜안을 바탕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한국의 반도체 위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은 기술개발 과정 참여는 물론 주요 의사결정을 통해 세계 주역으로 거듭났다.


◆김광호·이윤우…D램 토대 다진 1세대 경영진="기존 반도체사업에 대한 전면 검토와 반도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철저한 시장 조사 및 사업성 분석작업 결과를 가져 오시오."


1982년 9월.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에 반도체사업부는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중요하고 바쁜 사업부가 됐다. 추진팀장은 당시 반도체사업본부장이었던 김광호 상무(김광호 전 부회장)였다.


김 전 부회장은 1979년 반도체 사업에 참여한 이후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에게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불모지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까지 올랐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외지사를 통해 최신 반도체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 이후 경영성과를 되짚어 나갔다. 한 달간의 조사 후 삼성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다시 만들기로 했고, 결국 D램 위주로 생산해 경쟁에 뛰어들기로 계획을 굳혔다. 후발 시장진입자인 삼성이 미국, 일본과 경쟁을 시작한 시초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1세대를 대표하는 또다른 경영인은 이윤우 전 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1983년부터 VLSI(고밀도 집적회로) 사업추진팀장을 맡아 64K D램 개발을 이끌었다. 이어 1985년 256K D램 개발에 성공하고 IBM의 제품 품질테스트까지 통과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1987년 들어 애플 PC 붐에 힘입어 64K·256K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관련 누적 적자를 해소하고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日 누르고 세계 정상 만든 2세대 경영진…진대제·황창규·권오현=이들의 뒤를 이어 반도체 사업을 맡았던 진대제 전 사장과 황창규 전 사장, 권오현 전 회장 등은 삼성전자에 1위 DNA를 이식한 2세대 경영인들이다.


미국 IBM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진 전 사장은 사측의 회유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1985년 고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진 사장은 "평생 소원이 일본을 앞지르는 것이다. 내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귀국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진 사장은 16M D램 시제품을 일본보다 먼저 시장에 선보이는 등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역량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8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황 전 사장도 삼성전자의 영입 권유에 귀국을 결심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002년 발표한 '황의 법칙(메모리 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은 2000년대 후반까지 반도체 업계의 정설로 통하기도 했다. 입사 후 5년 만에 256M D램 개발을 성공시켰고 1기가 D램, 4기가 D램, 300mm 웨이퍼 양산, 나노 공정 도입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세계 최초의 기록을 쏟아냈다. 실제로 삼성은 1999년 256M D램을 시작으로 2000년 512M D램, 2002년 2기가 D램, 2003년 4기가 D램, 2004년 8기가 D램, 2005년 16기가 D램을 연속 개발하며 황의 법칙을 증명해냈다.


권 전 회장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처음으로 일본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데 기여한 장본인이다. 그는 1997년 시스템LSI부문에 몸담은 뒤 2004년부터 시스템LSI사업부장을 역임하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 강화에 매진했다. 또 2008년부터 반도체 총괄 사장으로 부임해 메모리와 시스템 동반성장을 통한 초일류 반도체 회사로의 도약을 추진했다.


◆D램 고집적화에 총력 3세대…김기남=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인텔을 누르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반도체연구소 D램팀 팀장, 차세대 메모리 기술 및 CIS 개발 담당 임원, D램 개발실장, 반도체 연구소장 등 메모리반도체 고집적화 분야에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지난 2014년 6월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 반도체 초호황기를 이끌었으며, 2016년 5월에는 DS부문 반도체 총괄을 맡아 D램 고집적화에 핵심역할을 수행하며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개발기술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2018년 이후 삼성전자는 D램에서 시장점유율을 공고히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적으론 D램에서 3나노미터(nm) MBCFET, 낸드에선 128단 V낸드에 이은 200단 이상의 차세대 낸드 개발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를 설계하느라 무릎이 다 까졌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국내 최초로 자체 설계기술로 256KB D램을 개발했던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이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는 지금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회로를 설계하지 않고, 대형 도면 위에 직접 펜으로 회로를 그리던 시기였고, 무릎을 꿇고 도면 위를 '기어다니느라' 연구원들의 무릎이 상처투성이가 됐던 데서 나온 얘기다. 한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256KB D램을 자체 설계한 이 연구원들의 무릎의 상처가 오늘의 삼성전자와 한국 반도체산업을 있게 했다. 반도체를 꽃 피운 건 오직 사람이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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