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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뇌건강⑩] "국내최초 '휴머니튜드 케어' 돌봄으로 치매환자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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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강문철 원장 인터뷰
중증 치매환자 전담 치료·관리하는 '치매안심병원' 지정
의료진에 작업치료사까지 팀 이뤄 BPSD 완화 치료계획
"간병비 급여화·치매전문인력 양성 시급"

[100세 뇌건강⑩] "국내최초 '휴머니튜드 케어' 돌봄으로 치매환자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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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천에 중증 치매환자를 치료·관리하는 '치매안심병원' 2곳이 새로 지정돼 운영을 시작했다. 2019년 9월 첫 번째 치매안심병원(경북도립안동노인전문요양병원)이 출범한 지 3년 만에 수도권 지역에도 행동심리증상(BPSD)이나 섬망 등을 동반한 중증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생긴 것이다.


인천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도 이번에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치매환자를 치료해 온 강문철 원장(신경과 전문의·사진)은 "치매안심병원에선 환자의 질병과 심신 상태를 파악한 뒤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치료전담팀을 구성해 환자의 BPSD를 완화할 수 있는 약물·비약물 치료 계획을 세운다"며 "의료진을 포함한 작업치료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인지정서 중심치료, 감각자극 치료, 행동치료 등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BPSD는 치매에 동반되는 난폭한 행동, 피해망상 등의 증상을 말한다. 노인 치매환자는 대부분이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BPSD가 동반된 치매환자는 영양부족이나 탈수, 낙상, 골절, 욕창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그만큼 만성질환과 각종 부작용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하지만,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약물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편이다. 욕설을 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 의료진이나 간병인이 환자를 진료·관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동병실 내 다른 환자들의 회복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부 민간 요양병원에선 환자의 입원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강 원장은 "가족들도 돌보기 어려운 이들 중증 치매환자를 국가가 대신 책임져 준다는 취지이지만, 이는 결국 의료인력 부족과 의료진의 업무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멀리 지방으로 갈수록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나 치매전문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등 필요한 전문인력을 모두 확보하기가 어렵고,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사업으로 병원 운영을 지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도 치매안심병원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더욱이 지역 공공보건을 책임지는 공립병원의 특성상 저소득층의 입원 치료 지원이나 무료간병 서비스,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등도 맡아야 한다.


특히 인천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국내 최초로 '휴머니튜드(Humanitude) 케어'를 통해 환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존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휴머니튜드는 '보다' '말하다' '만지다' '서다'의 4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환자와 신뢰를 쌓아가는 돌봄이다. 환자와 눈을 맞추고, 계속 말을 걸어주고, 다정하게 만져주며 환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이를 통해 환자 상태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길 기대한다. 또 고령의 치매환자일지라도 계속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신체근력이 저하돼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일상적인 신체 활동을 통해 남아 있는 기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환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강요하지 않고,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 정해진 시기와 순서에 따라 진료나 처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환자의 입장과 처한 상황을 고려해 의료 서비스 제공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강 원장은 "거동이 불안정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며 식사와 투약을 거부하던 중증 치매환자도 입원 후 약물 중재와 함께 어르신 눈높이에 맞는 휴머니튜드 기법으로 다가가니 점차 BPSD 증상이 줄어 처음 입원했을 때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됐다"면서 "환자 본인이 치료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간 중심의 돌봄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치료 방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축은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간병인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요양시설과는 달리, 요양병원엔 간병인 배치와 관련된 규정이나 제도, 관리나 교육 책임이 없다. 간병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도 없어 병원과 환자 보호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강 원장은 치매안심병원이 더욱 확대되기 위해선 간병비 급여화, 치매전문인력 양성을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강 원장은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소아과 의사가 아니라 엄마이듯이, 치매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건 옆에서 항상 지켜보는 간병인"이라며 "이들이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처우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환자 돌봄에 전념할 수 있어야 의료진도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맞춤 진료가 가능하고, 이상 징후가 있을 때에도 빨리 발견해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다르게 간호나 간병을 위한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노인기 특성을 이해하고 치매를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치매전문인력 양성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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