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주차 아파트값 낙폭 확대
재정비 사업 지연 논란을 빚고 있는 1기신도시의 아파트값이 휘청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1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와 성남시 분당구가 하락세를 견인했다. 정부는 차질 없는 사업 진행을 거듭 강조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4주차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를 기록하며 지난주(-0.12%)에 비해 내림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폭은 2013년 1월 14일 조사 당시의 -0.19%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도권 중에서도 정부의 1기신도시 재정비 사업 지연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1기신도시의 하락폭이 컸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0.06%에서 -0.12%로 하락폭이 2배로 커졌고,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지난주 -0.07%에서 금주 -0.13%로 낙폭이 확대됐다.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는 지난주 -0.13%에서 금주 -0.16%로 하향폭이 커졌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은 -0.12%에서 -0.19%로, 중동신도시가 있는 부천은 -0.07%에서 -0.12%로 각각 내림폭이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당초 주민들의 희망보다 늦은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실망 매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기준 부천시의 아파트 매물은 최근 한 달 새 5903건에서 6147건(25일 기준)으로 4.4% 증가했다. 고양시 일산서구는 3453건에서 3596건으로 4.1%, 일산동구는 2726건에서 2823건으로 3.5% 늘었다. 군포시(+2.8%)와 안양시 동안구(+1.5%)도 증가했고, 1기신도시 중 성남시 분당구만이 3790건에서 3722건으로 소폭 줄었다.
최근에는 1기신도시 주민들이 재정비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며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직접 신속한 계획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각료들이 한자리에 모인 연찬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원 장관을 보자마자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 빨리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 원 장관은 즉각 "잘 알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답했다.
국토부는 1기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9월 중 1기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9월 8일에는 국토부 장관-1기신도시 5개 지자체장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토부는 "정부는 지자체와 직접 만나 지자체·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이한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1기신도시 재정비 일정이 지연되거나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공개적으로 약속드리겠다"고도 말했다.
한편 1기 신도시를 관할로 두고 있는 경기도도 자체적인 재정비 지원에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4일 성남시 분당 샛별마을 삼부아파트를 찾아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경기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권한 내에서 할 일을 책임 있게 하겠다"며 ▲도지사 직속 전담조직 구성 ▲시급한 재정비사업 재정 지원 ▲노후화 실태조사 ▲재정비 개발 방향 수립 등을 예고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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