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지속된 한국 부동산 시장 폭등세와 함께 외국인의 ‘K-부동산 전성시대’도 열렸다. 외국인의 건축물·토지 거래량·소유면적이 늘어난 것은 물론, 한국인에게 전·월세를 받는 ‘외국인 집주인’이 급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이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한국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외국인은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도 ‘큰손’으로 활약하고 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 코리안 드림'
◇외국인 임대인 수 최고치 갱신… 강남3구에 꽂혔다= 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외국인이 임대인인 계약은 지난해 1만2246건을 기록하며 2017년 8368건 대비 46%(3878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1만건을 넘어서는 등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도 증가세가 심상치않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외국인이 집주인인 임대차 계약은 2363건을 기록했는데, 직전달(1554건) 대비 51.9%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 1~5월 누적 80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19건)과 비교해 70.5%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 집주인은 강남3구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임대인이 등록된 곳은 강남구(485건)이었고, 서초구(458건), 마포구(375건), 송파구(359)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25개 자치구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외국인의 토지·건축물 매입도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순수토지(토지와 건축물이 일괄 거래된 사례를 제외한 토지) 거래(신고일자 기준)는 지난해 6583건(필지)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 건수는 2020년(2만1048건)에 처음으로 2만건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2만1033건으로 2년 연속 2만건을 넘었다.
◇‘K-팝’만큼 유망한 ‘K-부동산’= 외국인투자자의 눈에 한국 부동산 시장은 매력적인 곳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해외 주요국 대비 주거비 부담이 낮은 편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슈바베 계수(가계지출 중 주거비 비율)는 18.7%로, 미국(31.1%), 영국(30.1%), 캐나다(26.2%), 프랑스(22.5%)에 비해 낮다. 주거비용의 상승 여력이 더 있는 셈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소득수준과 경제력에 비해 저평가된 면이 있었다"면서 "소득수준은 올라가는데 신축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됐고, 이는 외국인투자자에게도 주목할 만한 투자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없으면 K-건설도 없죠" 건설현장도 외인 파워= 부동산업계에서 외국인의 힘과 영향력은 건설현장에서도 확인된다. 건설공사 현장은 내국인 근로자의 고령화, 고강도·고위험 작업 기피로 인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귀한 몸’이 된 것은 물론, 노조를 자체적으로 결성해 몸값을 더 올리거나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건설협회는 지난달 "외국인 고용 제한을 해제하고 외국인고용법 개정을 통해 적법한 외국 인력 활용성을 높일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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