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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계약 맺자더니 기술공개 요구"…고군분투 中企[지식재산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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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중소기업 기술 지키기 위한 'IP의 중요성'
아시아경제-서울과학종합대학원 공동기획
계약·투자 등의 조건으로 기술공개 요구받아
특허와 영업비밀, 기술임치제 골고루 활용
"비용·시간 들더라도 똑똑한 특허 출원해야"

"납품계약 맺자더니 기술공개 요구"…고군분투 中企[지식재산이 경쟁력] 한미르가 개발한 '실마겔 불연단열보드'. 열에 강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사진제공=한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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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로부터 납품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기술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죠."


설립 13년차 중소기업 ‘한미르’의 한승우 대표는 자사만의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가 말한 핵심 기술은 단열·발열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신소재 제조법이다. 특히 특허 물질 ‘실마겔’은 쉽게 불에 타지 않는 성질이 있어 건물 단열재 등에 활용된다. 한 대표는 유명 대기업 관계자로부터 "투자를 해줄테니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시연해달라’는 노골적인 기술 공개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미르는 에너지와 열 관련 기술을 다루는 연구개발(R&D) 전문기업으로 실마겔 접착제, 에너지 코팅제, 불연 코팅제 등을 만드는 회사다.


한 대표는 비슷한 업종의 국내외 기업들이 소재 개발 노하우를 알고 있는 기술 인력을 빼내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핵심 기술을 오히려 특허 출원하지 않았다. 특허를 출원하게 되면 오히려 노하우가 공개되기 때문에 오직 자신만 아는 영업비밀로 남겨둔 것이다.


◆핵심 기술 지키려면 특허 출원도 신중해야= 한 대표는 중국 기업에 피해를 당한 다른 중소기업의 사례를 얘기했다. "중국 기업이 ‘기술 합작을 하면 지분 30%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중국 땅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고 합니다. 기술 이전을 해주고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니 중국 기업이 그 옆에 공장을 따로 지었대요. 기술을 몰래 빼내서 영업을 하는 수법을 쓴 거죠."

"납품계약 맺자더니 기술공개 요구"…고군분투 中企[지식재산이 경쟁력]

한미르는 국내 특허 20여건, 해외 특허 4건을 보유하고 있다. 한 대표는 "해외 특허를 등록하려면 건당 800만~1000만원, 국내 특허는 300만원 가량이 든다"며 "특허청이 쓰는 전문용어와 형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변리사를 통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특허 유지비용은 1년에 2000만원 이상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된 경우 특허권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한 대표는 특허와 영업비밀, 기술임치제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기술은 영업비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임치제는 거래 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이 서로 합의해 핵심 기술자료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해 기술유출 위험을 줄이고, 중소기업이 파산·폐업할 경우 대기업이 해당 기술을 복원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발명진흥회에 따르면 기술임치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1930년대에 도입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도입됐다. 특허 출원을 하면 열람이나 복제가 가능해 기술이 공개되지만, 기술임치제는 외부노출이 안되고 비밀로 유지하고 싶은 기술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기술임치 현황을 보면 2018년 9522건, 2019년 1만415건, 2020년 1만1226건, 지난해 1만345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납품계약 맺자더니 기술공개 요구"…고군분투 中企[지식재산이 경쟁력]

◆"기술 개발 단계부터 특허 등록 생각해야"= 이완식 발명진흥회 비상임이사는 중소기업이 기술 보호를 위해 ‘똑똑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청구 범위가 넓은 특허가 필요하다"며 "기술 개발과 제품 론칭에만 신경쓰다보면 출원을 소홀히 해 부실 특허를 낳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특허출원 이전에 내부 기술이 유출된다면 그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니 기술 개발 단계부터 특허 등록을 염두에 두고 기술 유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보호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보호 법무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등 9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기업에 일대일 자문을 해주고 있다. 2019년에 47건의 자문이 이뤄졌지만 2020년 164건, 지난해 183건으로 법무지원단을 찾는 현장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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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관계자는 2004년부터 15년 동안 이어온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간의 특허침해 공방을 예로 들며 법무지원단의 역할을 설명했다. 서오텔레콤은 LG측이 자사의 휴대전화 비상발신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사옥까지 팔아가며 약 50억원을 들여 소송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해 파산에까지 이른 사건이다. 많은 특허 전문가들은 서오텔레콤이 동시에 여러 개의 특허를 확보했거나 분할출원을 해놨다면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법무지원단은 법원의 특허침해 인정 가능성과 소송 비용, 손해배상 규모를 따져 보고 중소기업에 승산이 있는 소송을 걸러내는 일도 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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