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서 원정시위
"위안부는 사기" 주장하며 철거 촉구
현지선 "집에 가", "더 배워" 외치며 항의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극우성향 보수단체 인사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촉구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한인단체와 독일인 등이 모여 이들의 시위에 항의하고 분노했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베를린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촉구 시위가 열렸다. 이날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와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요시다 켄지 씨 등 '위안부 사기 청산 연대(청산연대)' 소속 4명은 한국 인사들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제기를 비판했다.
주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위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서 주 대표 등은 'Stop Comfort Women Fraud!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 '위안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현지에서는 이들을 규탄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리아 협의회와 독일 여성단체 쿠라지 여성연합, 독일 금속노조 국제위원회,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 미테구 청년위원회, 베를린 일본 여성연합 등 모여 극우단체의 시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독일어와 한국어로 "집에 가", "더 배워"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앞서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회장도 청산연대의 시위에 분노하는 현지인들의 반응에 대해 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반응을 묻는 질문에 "다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다고 해서 '이게 식민지 지배의 잔해'라고 하면 조금 이해를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역사 왜곡하는 사람이라고 (독일 공무원들에게) 알려드린 적 있다고 말했다. 청산연대의 면담 요청은 거절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지난 1월 결성된 청산연대는 지난 25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들은 방독 기간 베를린 시의회 등에 성명서와 의견서를 제출하고,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대표들과의 면담과 현지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소녀상은 설치 당시에도 철거 위기를 겪었다. 지난 2020년 9월25일에 1년 기한으로 설치됐으나 일본 정부가 독일 측에 철거를 요구하면서 설치 2주 만에 철거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가 소녀상 철거 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법정 투쟁에 나서고 비판 여론이 일면서 미테구는 존치 결정을 내렸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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