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맷집이 좋다는 등의 이유로 동급생을 폭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고등학생 10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폭력행위 처벌에 관란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고등학생 10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렸다.
이날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박현수 판사)는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때 A군(18)에게는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B군과 C군은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을, D군과 E군은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5명 중 1명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2명에겐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나머지 2명은 가정·학교 위탁 교육 등 처분이 내려지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이들 가해자는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같은 학교 학생을 폭행하고 괴롭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들은 피해자에게 맷집이 좋다며 폭행을 일삼았다. 어깨를 주먹으로 치는 것부터 시작해 허벅지를 걷어차거나 춤을 추라고 시키기도 했다. 일부 가해 학생들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거나 4층에서 1층까지 목마를 태우라고 요구했다. 특히 A군은 '트라이앵글 쵸크'라는 주짓수 기술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해당 장면은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 담겼다.
성적 가해 행위도 있었다. 가해자들은 교실 안에서 피해자의 바지를 벗겼고 해당 장면을 휴대전화로 녹화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했다. 피해자의 여동생과 여자친구 등에 대한 성희롱도 자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지난해 6월 말 광주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유가족이 학교 폭력 피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는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족은 유서 내용 등을 근거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해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중 일부는 피해 학생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피고인들이 반성하지 않고 있고 죄질이 중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피해자를 괴롭히고 무너지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법정에서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며 책임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착하고 온순해서 작은 친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줬고 아무도 학교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알지 못했다"며 "결국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다가 힘겨운 삶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면 피해자 사망 1주기가 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유가족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로 저 자리에서 재판받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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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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