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력동원해 육상통로 구축도 검토"
美 "나토 헌장 5조에 대한 약속, 철통같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화물운송을 제한한다고 발표하자 러시아가 리투아니아에 이어 유럽연합(EU) 대사를 초치했다. 러시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무력을 동원해 본토와 칼라닌그라드를 연결하는 육상통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일대를 침범할 경우 공동 방위조약에 따른 직접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 발트해 일대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 주재 EU대사인 마르쿠스 에데러를 외무부로 초치해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 사이 화물운송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반러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단호하게 항의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EU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음을 지적했으며 화물운송을 즉각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대응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앞서 리투아니아가 화물운송 조치는 EU의 대러 제재에 따른 것이며 자국의 독단적 조치가 아니라고 해명하자 EU에 직접 항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는 해당 운송제한에 크게 반발하며 전날 리투아니아 대사 대리를 초치한 바 있다. 이에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화물운송 제한조치는 EU집행위원회와의 협의에 따라 EU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화물운송은 계속 보장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리투아니아 철도 당국은 18일부터 자국을 경유해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철도 운송 화물 중 EU의 대러제재 대상 상품의 운송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해당 운송제한 품목은 석탄과 철강, 건설자재, 첨단공학 제품 등으로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화물의 약 50%의 수송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와 인접한 러시아의 역외영토로 동쪽은 리투아니아, 남쪽은 폴란드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러시아 본토에서 칼리닌그라드까지 이어지는 주요 철도와 도로는 리투아니아 영토를 경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인근 국가들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합동훈련을 통해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싸고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간 접경지대를 돌파해 육상통로를 만드는 훈련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간 접경지대는 ‘수왈키 갭(Sualki Gap)’이라 불리며 평탄한 지형에 주민들도 거의 살지않아 러시아군이 기갑부대로 돌파해 해당 지역을 점령할 경우, 나토가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SZ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정부는 나토 가입국가인 리투아니아에 대한 집단방위를 강조하며 러시아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대한 리투아니아와 다른 국가들의 전례없는 조처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나토를 지지하며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 나토 헌장 5조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간 집단방위에 대한 규정으로 회원국 한곳이 공격을 받을 경우,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공동 군사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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