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대 출마 시동…'97그룹 당대표' 흐지부지되나
"세대교체? 가치 없다면 무슨 의미" 나이 기준 한계 지적도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6·1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으로 잠행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지자와의 만남을 통해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8월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론 민주당이 이 의원을 대체할 새로운 리더십을 찾지 못하면서 당 쇄신안으로 제기된 '세대교체론'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와 만남을 가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첫 공개 행보였다. 이날 이 의원은 이른바 '개딸' '양아들'로 불리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거친 표현, 억압적 행동 이런 것들이 최근 문제가 되는데 오히려 적개심을 강화할 뿐"이라며 과격한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이 의원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을 향한 문자폭탄이 성행하고, 당내에서도 강성 팬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규칙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정당에서는 당원의 의사가 제대로 관철되는 게 필요하다.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라고 했다. 전당대회 규칙 개편 논의와 관련해 자신의 지지기반인 권리당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그동안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결국 출사표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크다. 당내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로 지도부를 구성해 근본적인 쇄신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을 세대교체론의 기수로 띄웠다. 97그룹 대표주자로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 등이 꼽힌다.
그러나 대권주자로 뛴 이 의원이 당권 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면서 세대교체론도 힘을 잃는 분위기다.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으나 당내 계파 간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진세력이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름이 거론된 97그룹 주자들도 아직까지 전당대회와 관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이미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친문(친문재인)계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97그룹 세대교체론은 더욱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 의원에 맞설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한계로 지적된다.
당의 쇄신이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론으론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인영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0대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면 저를 버리고 주저 없이 돕겠다. 당이 젊어져야 한다는 건 옳은 얘기"라면서도 "만일 세대교체에 가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누구는 물러나라, 누구는 입 닫으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가 무슨 가치를 주장하는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연이은 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전당대회 운영 등 당 쇄신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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