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고수하던 스위스도 긴축...전세계 증시 폭락
올들어 전세계 45개국 금리인상...경기침체 우려 확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그동안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도 양적완화 방침을 고수하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15년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기습적으로 단행하면서 세계 증시와 국제금융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주요 45개국이 올들어 일제히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긴축정책 전환 여파는 한동안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0.50%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SN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SNB는 성명을 통해 "긴축 통화정책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스위스의 상품과 서비스에 더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상조치는 사전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발표됐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스위스의 물가상승률은 최근 14년래 최고치인 전년동월대비 2.9% 상승을 기록해 금리인상 가능성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스위스 안팎에서는 에너지가격 급등이 시작될 9월부터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CNBC는 전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인상을 발표한 이후 스위스 통화인 스위스프랑의 환율 저하와 수입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면서 기습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토마스 요르단 SNB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없으며, 추가 금리인상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변국들의 금리인상에도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해온 소위 '울트라 비둘기(Ultra dovish)'라 불리던 스위스의 긴축전환에 세계 증시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2.42%, S&P500지수는 3.25%, 나스닥은 4.08% 폭락했고, 독일 DAX지수도 3.31%, 영국 FTSE100은 3.14%, 프랑스 CAC40지수도 2.39% 급락했다.
특히 스위스는 전세계 증시 및 자산시장의 '큰 손'이라 SNB의 긴축 전환으로 대규모 자금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SNB는 스위스의 연간 GDP의 140%가 넘는 1조달러(약 1293조원) 이상의 자금을 전세계 금융계에 투자중이며, 미국 주식에만 1770억달러 이상을 투자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스위스와 함께 이날 영국 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헝가리 중앙은행도 1주 예금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융분야 전문조사업체인 팩트셋(Factset)의 집계에서 올들어 지난 6개월간 전세계 45개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인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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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공급망 붕괴와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위협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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