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포인트 인상은 사상 초유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미국 중앙은행이 고물가 충격에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한국은행도 7월 사상 처음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금까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적은 있지만 인상한 적은 없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남은 네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씩 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에 이어 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내 기준금리 속도도 대폭 빨라질 전망이다.
Fed는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면서 "오늘 관점으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해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8.6%로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강도 긴축 우려감이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이날 미국이 기준금리를 종전 0.75~1.00%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상향하면서 국내 금리 인상 속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시장은 오는 7월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날 미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75% 수준으로 동일해진 상황에서 미 Fed가 내달에도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간다면 한미간 금리는 역전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간 금리 역전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인 자금이탈 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고물가 상황도 추가 금리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해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향후 6%대 상승률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 국내 기준금리 전망치도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본부장은 "최근 공개된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들이 앞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한은이 7월 빅스텝에 나서지 않더라도 내년 2월까지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내년 1분기 최종금리가 3.25%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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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한은도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하반기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한미간 금리역전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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