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사칭해 대량 주문 후 잠적
배송 유도하며 돈 요구…광주서 28건 접수
“노쇼 넘어선 신종 사기, 수사 확대”
"한미연합군사령부 대위 김민우입니다. 초밥 90인분 부탁드립니다."
광주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이 같은 전화를 받고 예약을 받았다. 발신자는 굵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한미연합사 대위'라 소개했고, 부대원들과 함께 매장을 찾겠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전했다. 불안한 마음에 신원을 요구하자, 이 남성은 '공무원증' 사진까지 보내왔다.
혹시나 하는 의심은 있었지만, A씨는 믿어보기로 했다. 하루 매출을 크게 올릴 기회라는 생각에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 총액 170여만 원. 그러나 예약 시각이 지나도록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노쇼였다.
뒤늦게 전화를 걸자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부대에 사정이 생겨 방문하지 못하게 됐다. 대신 음식은 경기 지역 유통업체로 보내달라"는 말이었다. 유통업체 배송비는 수십만원에 달했고, "물건을 받으면 음식값과 함께 지불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A씨는 이때야 사기임을 직감했다. 경찰에 신고한 뒤 확인한 결과, 해당 번호는 대포폰으로 추정됐고, 언급된 유통업체는 실체조차 없는 '유령업체'였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이처럼 군인, 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뒤 대량 음식을 주문하고 방문하지 않은 '노쇼'를 미끼로 한 신종 사기가 광주 지역에서만 올해 들어 28건 접수됐다. 1월에는 1건에 불과했으나 2월 4건, 3월 2건, 4월 들어서만 21건이 쏟아졌다.
피해 사례 대부분에서 공통으로 '김민우 대위'라는 인물이 등장했고, 광주 일선 경찰서에는 교정시설 직원을 사칭한 유사 사건도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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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상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단순 노쇼를 넘어, 유통업체 배송을 유도해 금전을 갈취하는 '노쇼+유령배송' 복합형 사기다"며 "대량 주문을 받을 땐 선불금 확인 등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경기 불황 속 하루 매출에 기대어 살아가는 영세상인들의 절박함을 악용한 범죄"라며 "수사망을 좁혀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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