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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파면' 이끈 헌법재판관의 마지막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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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이미선 재판관 18일 퇴임…헌재의 '사회 통합' 사명 강조
재판관 구성 다양화·더 깊은 대화·결정에 대한 존중 등 보충 돼야
국가기관의 헌법 준수도 당부…헌재 결정엔 '대인 논증' 지양해야
'尹탄핵' 최장기 평의 배경엔 "사회 통합 위한 '만장일치' 노력"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8일 퇴임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재판관은 '관용'과 '자제' 그리고 '사회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만장일치'로 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결정문을 만들고자 역대 최장기 평의(38일)를 이어가야 했던 소회를 전했고, 국가기관의 헌법 준수는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는 점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이 남긴 메시지는 대통령 탄핵심판과 그 과정에 있었던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 공직자 탄핵심판 사건 등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맞물려 더욱 울림이 컸다.


3쪽의 퇴임사 원고를 암기해 그간의 소회를 밝힌 문 전 대행은 헌재가 헌법이 부여한 '사회 통합'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더 깊은 대화 그리고 결정에 대한 존중 등 3가지가 보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2008년 '헌법재판실무제요'를 통해 명시했던 '사회 통합 기능'과 맥을 같이하는 언급으로,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당시 정치 세력들의 힘의 투쟁을 대신해 헌법 질서 내에서 평화적으로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최후 보루로 기능함으로써 국가가 위기에 봉착하거나 저항권이 행사되기 전에 합법적인 예방창구를 열어줘 정치적 대립풍토를 순화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한다고 명시했다. 사회통합의 동기를 더욱 활성화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행은 우선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면서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생 법대에 올라 판결만 내렸던 판사 출신들로만 채워져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정치적 갈등의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결정문을 내놓기까지 다양한 견해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토론 과정이 정착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간 헌재 안팎에서는 지금과 같은 짧은 평의 시간으로는 치밀하게 논증된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 전 대행은 "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된다"고 했다.

'尹 파면' 이끈 헌법재판관의 마지막 당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4.18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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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논증 비판 지양…헌재 결정 존중해야"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돼야겠지만 "대인 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인 논증은 특정인의 경력이나 성향 그리고 사상을 지적하면서 비판하는 행위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기승을 부린 재판관들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견제와 균형에 바탕을 둔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다.


국가기관이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보류했다.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그나마 지난해 12월 31일 임명했지만, 마은혁 재판관은 국회 선출 이후 104일 만인 9일에서야 취임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우원식 국회의장이 권한대행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가 이를 두고 "국회 선출권을 침해한 위헌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뿐이었다.


이미선 전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직접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면서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尹 파면' 이끈 헌법재판관의 마지막 당부 연합뉴스

장고 끝에 나온 8인 전원일치 '尹 파면 선고'…"관용과 자제가 기준"


문 전 대행이 퇴임사에서 언급한 헌재의 '사회 통합' 기능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핵심 가치였다. 이를 그는 퇴임식을 하루 앞둔 17일 인하대학교 특강에서 최장기 평의의 배경을 처음으로 밝혔다. 헌재는 4일 국회의 탄핵소추 111일 만에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평의는 변론 종결 이후 38일 동안 진행됐는데, 이는 전례에 비춰볼 때 3배 가까이 긴 기간이다. 그 사이 헌재를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는 억측이 난무했고, 진영을 불문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강 자리에서 만장일치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소회를 전한 문 전 대행은 "'탄핵소추가 야당의 권한이다, 문제없다'고 얘기하고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답을 찾을 수 없다"면서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 현재까지 탄핵소추는 그걸 넘어서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걸 넘었다는 게 판단"이라고 말했다.


권한의 존부보다, 행위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관용'과 '자제'를 넘어섰느냐에 초점을 두고 평의를 거듭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을 우리가 좀 고수해보자, 그게 탄핵선고문의 제목"이었다며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을 떠나 주권자인 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결론을 짓기 위한 치열한 토론의 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선 전 재판관도 퇴임사를 통해 "사건마다 저울의 균형추를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 고민했고, 때로는 그 저울이 놓인 곳이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근심하기도 했다"면서 "그 저울의 무게로 마음이 짓눌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헌법재판의 기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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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 재판관의 퇴임으로 헌재 재판관은 7명만 남게 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지만, 헌재가 지명 행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보자가 임명돼야 다시 9인 체제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임명 일자 순서에 따라 김형두 재판관이 맡는다.


'尹 파면' 이끈 헌법재판관의 마지막 당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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