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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미래](16) 김시덕 “고려 남경 흔적…청와대 밑을 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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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 김시덕 박사 인터뷰 "조선만 강조하는 건 불만족, 한성백제부터가 서울의 역사"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청와대 민간 공개는 서촌에 많은 변화를 낳았다. 관람객 증가로 유동 인구가 늘었고 경복궁 앞으로는 버스정류장이 신설됐다. 젊은 층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40~60대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청와대를 관람객이 차지하면서 주변 상권은 급변했다. 편의점과 식당, 경복궁 등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지만, 청와대 직원들이 주로 찾았던 세탁소 등의 편의 시설은 개점휴업 상태다.

토박이는 삶의 터전을 잃고 관광 자본이 서촌을 잠식할지 모를 상황. 어떤 변화가 일고 있고,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처럼 ‘세계를 거대한 도서관’ 삼아 ‘도시를 읽는다’는 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를 지난 10일 경복궁 앞 담 카페에서 만나 서촌의 현황과 예상되는 변화상에 관해 물었다.


[서촌의 미래](16) 김시덕 “고려 남경 흔적…청와대 밑을 파보고 싶다” 청와대 본관 내부가 공개된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이 본관 앞에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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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민간에 개방됐다. 도시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청와대가 최근처럼 폐쇄적이지는 않았는데, 김신조 사건 이후 닫혔던 게 지금 다시 열리는 거다. 원래 시끌벅적했던 곳이다. 이참에 청와대가 세종으로 이전하길 바랐다. 지금은 너무 북쪽에 있다. 분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청와대는 세종으로 내려가고, 국방부는 계룡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수도 이전의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이전하면서 군인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듣기론 군인들보다는 서울에 거주하는 군무원들의 반대가 컸다고 들었다. 군인들이야 원래 이동이 잦으니까.


- 청와대가 민간에 개방되면서 경복궁을 찾는 이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과거 “우리는 언제까지 서울의 정체성을 사대문 안, 그것도 이제는 망해버린 지배 집단의 거점인 궁궐에서 찾아야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저는 역사를 평민 중심으로 본다. 민족보다는 계급 그보다는 개인이 우선한다고 본다. 궁궐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어느 인문학자가 '서울엔 궁궐이 다섯 개가 있어 위대한 곳이다'라고 했는데 그건 왕실에 관련된 내용이지 평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지금도 서울 인구 100만명 중 사대문안에 사는 사람은 3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사대문중심주의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 그래도 경복궁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작지는 않은 듯한데.

▲물론 문화재적 가치는 인정한다. 다만 복원자체가 잘못됐다. 임진왜란 당시 불탄 걸 흥선대원군이 백성들의 고혈을 짜 중건한 이후 현대에 이르러 다시 복원할 당시 제대로 했어야 했다. 건물 몇 개 세울 게 아니라 건물을 빽빽하게 제대로 복원하는 게 맞다. 고궁 박물관도 거기 있으면 안 된다. 오래 건재한 창덕궁, 덕수궁 등과는 또 다르다. 경주 황룡사지처럼 발굴된 수로라도 남겨뒀으면 좋을 뻔했다.


-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어떻게 생각하나.

▲외국인 친구가 꽤 있는 편인데 큰 규모로 꾸며 놓은 것에는 흥미를 안 갖더라. 오히려 종로 4·5·6가의 피맛골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 미지의 영역이었던 청와대가 열리니 학자로서 기대감이 클 것 같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니 과거 청와대 경호실에서 ‘청와대와 주변 역사’란 책을 내기도 했다. 청와대 경내에 조선시대 문화재가 정말 많다. 다만 서울에서 너무 조선만 강조되는 건 불만족스럽다. 서울시에서 책자를 냈는데 본래 ‘서울 600’년이라고 했다가 이후 ‘서울 2000’년으로 바꿨다. 한성백제부터가 서울의 역사인 거다. 조선은 그중 500년 가량밖에 안 된다. 왜 그것만 특별시로 해야 하나. 내가 더 알고 싶은 건 고려시대의 흔적이다. 고려시대 남경으로 수많은 흔적을 지니고 있을 텐데 지금 조선시대 이전 것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 터에 흔적이 남아있을 것으로 본다. 청와대 밑을 파보고 싶다.


[서촌의 미래](16) 김시덕 “고려 남경 흔적…청와대 밑을 파보고 싶다” 문헌학자 김시덕 박사

- 정부가 바뀌면 청와대 민간 개방이 취소되지 않을까.

▲지금은 부분 개방이지만 일반 개방해서 보게 되면 일반 시민들이 청와대 (개방이 취소되도록)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경치가 좋다. 그동안 닫혔던 게 아깝다고 생각한다.


- 서촌을 바라보는 개인적 느낌은.

▲각종 개발 제한에 묶이다 보니 거주지로서의 가능성이 제한돼 있다. 사대문 지역의 거주인구가 늘길 바라는데, 첫 발자국이 여기일지 모르겠다. 다른 지역은 상업지역으로 바뀌었지만 서촌은 다르다. 살기 좋은 곳이다. 특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고도제한 등이 약화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거주민들이 편했으면 좋겠다.


- 거주민들이 바라보는 서촌과 지방자치단체, 관광 부처 시선이 다른 것 같다.

▲지자체와 관광부처는 거주민 편의보다는 관광지화에 더 힘썼다. 특히 지난 서울시장이 그랬다. 종로구 ‘도시 비우기’ 사업을 전개했다. 사람 사는 곳을 비우라니 그게 뭔가. 결국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거다. 한옥마을도 주민들이 원할 때 하는 거지 지자체가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 임대료만 올라간다. 굳이 없는 곳에 더 만들기보다 차라리 돈암동이나 삼선동, 혜화동에 기와집이 더 많다. 만들 거면 그곳이 더 낫다고 본다.


- 서촌의 주차난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서촌이 어설프게 유명해지다 보니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갤러리 등을 차렸다. 안 그래도 좁은 길에 고급 차량을 주차하다 보니 주민들이 움직이기 더 어려워졌다. (마을버스인) 종로 9번 버스를 타보면 체감할 수 있다. 주차단속 권한이 경찰에서 지자체로 넘어간 뒤로는 표를 의식해서인지 주차단속도 잘 안 해 더 엉망이 됐다.


- 최근 서울시가 100억원을 들여 서촌 정비 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0억원으로는 역부족이다. 최소 3000억~5000억원은 필요하다. 편의시설 만들고, 길 닦고, 도시가스 놓고, 대형병원과 연결될 교통망도 확충해야 하는데, 100억원으로는 택도 없다. 센터 하나 짓고 도로 정비 조금 하다 보면 끝난다. 해방촌을 봐라.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됐어도 주차장 몇 개 짓고 나니 끝이었다.


- 바람직한 서촌 개발의 방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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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체가 되는 게 가장 좋다. 주민도 건물주와 토지주, 소유주와 임차인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하주차장 만들고 교통 시설 늘리고 부족한 가로등 정비하고 이런 거 해주면 된다. 전라도 광주에 펭귄마을이라고 있다. 가난한 동네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뒤뚱뒤뚱 걷는 게 펭귄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빈민동네처럼 돼버려 주민 스스로 정화운동을 벌였는데, 여기에 시가 끼여서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결과는? 임대료만 올랐다. 인천 배다리도 마찬가지다. 주민이 원하면 지원하되 철저히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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